정재웅·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법무법인 화우 제공

농업에 종사하면서 거액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보유했던 재력가 부친이 갑자기 사망한 A씨는 거액의 상속세를 낼 처지에 놓였다. A씨 역시 부친과 함께 농업에 종사하느라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갑작스런 비보에 상속 관련 절차나 제도도 제대로 알아두지 못한 상태였다.

영농인들 사이에서는 상속에 관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2013년 종자·농자재 개발사 ‘농우바이오’ 사태를 떠올리곤 한다. 창업주 사망으로 지분을 상속받은 유가족이 큰 규모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회사 매각을 추진한 사건이다. 농협이 농우바이오를 인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농 종사자 가운데서도 상속인이 세금을 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일이 적지 않다.

A씨는 고민 끝에 법무법인 화우을 방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화우는 그에게 ‘영농상속공제’에 대해 설명하고 절세 방안을 자문했다. ‘영농상속공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농·임·어업인이 농·임·어업인인 피상속인으로부터 농지·초지·산림지·어선·어업권 등을 상속받는 경우 상속세 과세액에서 법률에서 정한 금액을 공제하는 제도다. 피상속인은 8년, 상속인은 2년간 영농종사해야 한다. 요건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30억원 내에서 공제한다.

양소라 화우 Wealth management(WM)팀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는 “영농상속공제로 절약되는 액수가 꽤 크다”며 “요건에 해당하는지 등을 사전에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웅 조세그룹장(사법연수원 31기) 역시 “영농상속제도를 비롯해 상속인의 상황에 맞게 절세와 자산승계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부모님이 한 분씩 차례로 돌아가셔서 상속이 두 번 이뤄지면 세금도 두 번 내게 되므로 남아계신 부모님 중 한 분이 상속을 포기한 뒤 자식에게 바로 물려주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법률·조세 등 20명 전문가 모인 WM팀…“가업승계 부담 줄어”

화우 WM팀에는 상속, 증여, 유언 등 상속 분쟁과 자문을 담당하는 양소라 변호사, 조세그룹장으로서 국세청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을 역임한 정재웅 변호사, 회계사와 세무사 등 약 20여명이 포진해 있다. 최근 몇 년 새 상속에 관한 사안이 많아지면서 팀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적지 않은 시간 상속 사건을 들여다본 양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가업승계’를 주요 머리말로 꼽았다.

양 변호사는 “대기업은 창업주가 자녀들에게 분할해서 나눠주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은 한 명이 가업을 승계하고 다른 자녀들에게 자산을 분배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류분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시에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영농 등 일부 산업은 인력 자체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상속세 부담을 못 이겨 기업을 팔기도 했다. 이를 인식한 정부도 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초부터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매출 기준을 4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상속공제 한도도 30년 기준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늘렸다. 영농상속공제 한도도 당초 10억원이었으나 30억원으로 상향했다.

정 그룹장은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 등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처음 가업승계 제도가 생겼을 당시 물려주는 요건과 사후 유지 조건이 매우 엄격했다”며 “제도가 만들어지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있는 것이냐’는 의견이 많이 나오자 제도를 계속 완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더 완화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제도는 중견기업까지 넓히지 않고 있는데 그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웅·양소라 변호사는 최근 동향으로 '가업승계'에 대한 상속세 부담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법무법인 화우 제공

◇ “창업자 물러나고 자녀 경영권 승계 많아져…젊을 때 상속 준비하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나 자산과 자녀를 남겨두고 떠나야 할 피상속인 모두 분쟁을 마주하는 일은 힘들다. 이들은 원만한 자산승계가 이뤄지려면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법 개정 등으로 상속인들이 세법을 잘못 이해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는가 하면 상속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상속 관련 제도와 절차를 이해하고 가족끼리 소통을 해야 하는 이유다.

양 변호사는 “옛날에는 돈이 많아야 법무법인에 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요새는 몇 십억 규모여도 비용을 내고 상담을 받고, 기업이나 지분을 가진 사람이 아닌 개인 고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피상속인 사망 후 상속인들이 상속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미리 세금 납부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자산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면서 법률과 경제적 쟁점을 대비하는 것이 절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자녀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부모가 사전에 상속이나 자산승계에 관해 정리해 놓지 않는다면 가족 간 분쟁이 불가피하다.

정 그룹장은 “자산가들이 승계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가만히 있다간 자신이 사망한 후 가족들이 상속 갈등에 휘말릴 것 같다는 생각에 법무법인을 찾곤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계획을 세워야 할지 질문을 받으면 지금은 60대부터 하라고 조언한다”며 “영농상속공제처럼 제도 혜택을 받으려면 10년 등 요건이 있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준비만 잘해두면 공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속에서 만큼은 결단의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