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찰이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자택과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골프장 태광CC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 전 회장 사면 후 태광그룹이 경영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특별 감사를 진행하는 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감사에서 전임 경영진의 비리 혐의가 확인 돼 고소·고발이 이뤄지기 직전에 압수수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24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압수수색 중인 태광그룹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의 모습. / 연합뉴스

25일 태광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경찰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 전 회장 공백 기간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이 전 회장은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으며 일상적 경영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전 경영진의 전횡과 비리 행위가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전날 이뤄진 경찰 압수수색과 관련한 혐의는 이 전 회장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015~2018년 태광그룹 임원들이 계열사에서 이중으로 급여를 받고 이 가운데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태광CC가 계열사에 공사비를 부당 지원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태광그룹 내부 감사에서 적발된 전임 경영진의 비리 사실 일부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은 8월부터 특수통 출신 고위 검사들이 포진한 법무법인 로백스를 선임해 전 계열사 임원진을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하고 있다. 이 전 회장 특별사면을 계기로 태광은 특별 감사를 실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리가 있으면 철저히 밝혀 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달여 간의 감사를 통해 일부 전임 경영진의 비리 혐의가 확인 돼 이르면 다음달 고소·고발을 준비하고 있던 중에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감사 결과는 태광그룹에서도 일부 관계자들만 알고 있어 어떤 경위로 경찰에 제보 형태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측에서도 전 경영진의 비위 행위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됐다고 추측할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리 당사자로 지목된 전임 경영진이 압수수색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태광그룹 특별 감사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재판과 수사로 10여년 간 경영을 하지 못했던 기간에 발생한 내부 비리를 발본색원해 회사를 바로 세운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현재 진행중인 내부 감사를 더욱 철저히 진행해서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해 즉각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