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쌍방울 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조사를 위해 검찰에 다시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대북송금에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조사를 위해 한 차례 출석한 지 사흘 만이자, 당 대표 취임 후 이뤄진 여섯 번째 검찰 조사다. 검찰은 속도감 있게 조사를 진행해 이날 종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넥타이는 매지 않고 파란 운동화를 신고 청사에 도착한 이 대표는 대기하고 있던 백혜련·박범계·박찬대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인사한 뒤 오후 1시 25분쯤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검찰은 검찰청 규모의 인력 수백명을 동원해서 수백 번 압수수색을 하고 수백 명을 조사했지만, 증거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며 "(의혹 모두)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에게 백억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를 만큼 어리석지 않다"며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보려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그리고 역사가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이 권력을 맡긴 이유는 더 나은 국민들의 삶을 도모하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내가 국가다'라는 생각으로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 제거나 폭력적 지배를 하기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권은 짧고 국민과 역사는 영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대북송금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는지, 경기지사 시절 직접 승인한 것이 맞는지 등 취재진의 물음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청사로 향했다.

◇검찰, 오늘 이재명 조사 마무리…"최대한 신속히 집중 조사"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제3자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의 추가 조사를 시작했다. 이 대표에 대한 모든 조사를 이날 끝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검찰은 다른 변수가 생기더라도 추가 소환 없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또한 3시간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건강 상황을 고려해 주요 혐의에 관한 핵심적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최대한 신속히 집중 조사해 오늘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사에는 송민경(43·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와 박상용(42·38기) 검사가 참여한다. 단식 중인 이 대표 건강상태를 고려해 의료진과 구급차도 청사 내에 배치됐다. 이 대표가 단식 13일째에 들어선 만큼 검찰은 이 대표 측과 의료진·의료시설 등에 관한 사전협의를 마친 상태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북한에 경기도가 내야 할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지원비 500만 달러와 당시 북측이 요구한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납에 연관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마무리하지 못한 조사를 이날 이어갈 방침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북측이 요구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의혹 ▲검찰 수사와 재판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사법 방해 의혹 ▲김 전 회장으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의혹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지난 조사에서 8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한 뒤 검사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고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 관계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자신이 지시나 권유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가 입회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진행 중인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과 함께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지지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이날 수원지검 청사 주변에는 더민주혁신회의 등 이 대표 지지자 200여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team 이재명'이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보수 성향 단체 수십명도 청사 주변에서 '이재명 구속'을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