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아대우 공장 전경. /조선DB

47년간 해외 시장을 누빈 ‘대우’ 상표를 두고 벌어진 위니아전자(옛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 간 법정 공방에서 포스코인터가 완승을 거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25-1부(부장판사 임영우)는 위니아전자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원대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고, 포스코인터가 위니아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사용료(반소) 등 청구 소송에서 “위니아전자가 포스코인터에 약 5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상표 사용료 인상 후 분쟁 시작…위니아전자-포스코인터 맞소송

위니아전자와 포스코인터의 대우 상표권 분쟁은 1984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위니아대우의 전신인 대우전자는 대우를 상징하는 오리발 모양 마크를 달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대우그룹 차원에서 1987년 브랜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해외 상표권을 종합무역상사인 주식회사 대우로 이전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1999년, 대우그룹이 경영 위기로 해체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당시 주식회사 대우는 대우전자에 상표권 사용 중지를 요청했으나, 공동채권단은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우전자를 위해 상표권 사용료를 내고 계속 사용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대유위니아가 대우전자를 인수한 뒤부터는 주식회사 대우를 이은 포스코인터와 상표권 계약을 맺고, 매년 꾸준히 해외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했다. 국내 상표권은 이전 대우 계열사 8곳이 가지고 있었지만, 해외 상표권만은 포스코인터가 독점적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차 상표사용계약 시점인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위니아대우가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는 약 35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포스코인터가 2019년 말 위니아전자에 기존 계약보다 최소사용료 기준을 일정 수준 인상하는 것으로 재계약 조건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위니아전자는 “사용료가 비싸다”며 재계약 의사 여부를 선뜻 결정하지 못했고, 포스코인터는 2019년 12월 31일 “재계약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포스코인터는 영국과 중국 등 여러 업체와 접촉해 상표권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자 위니아전자는 2022년 3월 “포스코인터가 대우 상표권을 허술하게 관리해 브랜드 가치를 추락시켰다”며 소송을 냈다. 포스코인터도 같은 해 5월 대우 상표권의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위니아대우의 전신인 동부대우전자. /조선DB

◇”상표권 사용 협조 의무 위반” vs “사용료 연체 때문”

위니아전자는 포스코인터가 상표권 사용 계약에 따른 협조 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위니아전자 측은 “포스코인터의 협조 의무 위반으로 대우 상표를 사용한 주방기기 등을 판매해 올릴 수 있었던 수익 50억원을 얻지 못한 손해를 입었고,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 행사에 대비해 재고를 준비한 거래 업체에 피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추가 지출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위니아전자와 포스코인터의 대우 상표 사용 계약 제4조 제3항에 따르면 위니아전자로부터 대우 상표 사용권과 관련해 소명, 증빙 자료 제출 및 발급 등을 요청받을 경우 지체 없이 협조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위니아전자가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의 광군제 프로모션에 참가하기 위해 증빙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협조 의무를 위반해 수십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포스코인터는 위니아전자의 상표 사용료 연체로 인해 동시 이행 항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스코인터 측은 “위니아전자가 사용료를 연체하고 있음에도 상표등록증 등을 제공하는 등 최대한 협조했고, 위니아전자는 상표등록증 등을 이용해 광군제 행사를 별 문제 없이 잘 진행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포스코인터가 협조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으나, 이로 인해 위니아전자에 손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포스코인터가 위니아전자의 서류 발급 요청을 받고 한 달 이상이 경과한 후 서류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위니아전자는 상표 사용권자의 지위에서 대우 상표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위니아전자가 대우 상표의 정당한 사용권자라는 사실을 거래 관계에서 증명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부는 위니아전자가 포스코인터에 2017~2019년 미지급한 사용료, 위니아전자가 통보한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차액으로 인한 추가 상표 사용료, 상표권 침해 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위니아전자 제품이 다른 모델명으로 바뀌어 거래된 것, 대우 상표권을 쓰는 해외 상품이 국내에 수입된 경우 모두 매출액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한편 위니아대우는 2020년 10월 주주총회를 열고 위니아전자로 사명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