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감찰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혐의를 부인했다. 자녀들이 입시를 위해 대학원 등에 지원할 때 본인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기 때문에 입시에 관여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1심에서 내세웠던 입장을 항소심에서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재판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시 비리 공범 혐의를 받는 딸 조민씨를 기소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조국 측 “대학원 입시에 무관... 공범 보기 어렵다”

17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열린 업무방해와 뇌물수수, 증거은닉교사 등 혐의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유죄로 판단된 공소사실은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한 서류 7건이 허위라는 것”이라며 “4건은 조씨가 고등학생 시절, 3건은 대학생 시절에 쌓은 것인데, (당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조 전 장관이 이를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 주장의 취지는 자신이 조민씨와 공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민씨가 고려대에 다닐 때 서울 성북구에서 자취해 함께 살지 않았고, 서울대 의전원에 지원한 시점 또한 경력에 기재된 시기보다 6년이 흐른 뒤이기 때문에 허위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공범 성립에 필요한 정도로 조 전 장관이 허위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는지 다시 한번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거의 모든 지원자가 비슷한 경력 자료를 내는 게 현실이고, 입학 사정 업무 종사자도 그런 현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특정인에게 현미경 같은 잣대로 검증한 뒤 허위나 과장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맞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 전 장관 측은 아들 조원씨와 관련된 입시비리 혐의도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은 조원씨의 서울대 인턴 증명서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장학증명서 등을 연세대·고려대 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 측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활동증명서 발급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며 “당시에 청와대에서 야근하고 있었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봤다는 혐의 또한 부인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아들과 딸의 입시를 부모가 몰랐겠냐는 상식적 의문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하지만 대개 고등학교에서 자녀가 입시를 준비하는 시기가 아버지로서 사회적 중요한 직책을 맡아 열심히 하는 시기”라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전적으로 부인 신뢰하고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검찰 “아직 결정 단계 아냐... 더 지켜볼 것”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입장 변화를 고려해 공범인 딸 조민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던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이 이번 재판에서 어떻게 진술할지 주목해왔다.

검찰은 조민씨가 최근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을 상대로 낸 입학 취소 처분 무효 소송을 포기한 것을 두고 그 경위와 반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조민씨의 공범으로 보고 있는 만큼, 조 전 장관의 태도는 딸의 기소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날 재판 전 조 전 장관은 취재진을 만나 “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며 “항소심 출석하는 기회에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는데, 이 역시 딸의 기소 여부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민씨의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앞으로도 조 전 장관 재판이 진행되니, 여러 요건들을 검토해 조민씨 기소 여부를 정할 계획”이라며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4일에는 조민씨를 불러 한 차례 조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