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메신저에 광고된 '짝퉁 쇼핑몰'./인터넷 커뮤니티

“본 상품은 고퀄리티 카피(copy) 상품입니다. 정품 문의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최근, 전국민이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 유명 브랜드 가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짝퉁 쇼핑몰’ 광고가 버젓이 게재되는 일이 있었다. 명품 브랜드의 가품을 판매하는 건 명백한 불법 행위다. 이런 짝퉁 쇼핑몰 광고가 모바일 메신저 등 인터넷 플랫폼에 등장하기 시작한 지는 2~3년이 됐으나, 플랫폼은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거나 규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고는 물론 주요 포털 사이트 쇼핑 카테고리와 오픈마켓에서도 ‘짝퉁’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메신저와 포털 사이트, 오픈마켓 등 플랫폼 업체에 대한 법적 책임은 거의 없다.

◇쇼핑몰과 플랫폼, 현실적으로 처벌하기 힘들어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 광고는 저작권법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과 표시광고법을 적용받는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는 ‘타인의 상품을 사칭하거나 상품 또는 그 광고에 상품의 품질, 내용, 제조 방법, 용도 또는 수량을 오인하게 하는 선전, 상품 판매·반포, 수입·수출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표시광고법 제1조 역시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해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 ‘짝퉁’을 진품으로 속이는 대신 ‘고퀄리티 COPY 상품’이라고 명시하거나 ‘샤* 스타일’ 등 애매한 표현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정품이라고 대놓고 홍보하지 않으면서도 자칫하면 소비자들이 정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짝퉁을 광고하면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럴 경우 현행법상 광고를 게재한 플랫폼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저작권법 제102조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을 통해 플랫폼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플랫폼이 광고의 문제점을 발견한 뒤 즉시 삭제하거나 소비자의 접근을 차단할 경우 책임이 면제된다. 김미주 법무법인 미주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짝퉁 광고를 게재한 플랫폼의 (법적) 책임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며 “플랫폼이 게시물이 짝퉁이라는 걸 인지하고 나서 광고 게시를 중단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면 법적 책임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듯 짝퉁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광고 자체에 법적 제재를 들이대기도 힘들다. 대법원은 2013년 아디다스 코리아가 “G마켓에서 아디다스 상표가 사용된 (가짜) 상품이 판매되지 않게 조치해달라”며 온라인 쇼핑몰 G마켓 운영사인 주식회사 이베이코리아를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판매를 막는 조치를 요구할 수 있어도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모든 책임을 곧바로 지울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플랫폼이 제품이나 광고에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 방치한다면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진품 브랜드 관계자나 소비자가 짝퉁 관련 광고나 제품을 플랫폼에 신고해서 플랫폼이 이를 인지한다면, 그때부터는 플랫폼에도 법적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허종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판례 법리상 짝퉁이란 걸 인지한 시점부터는 플랫폼이 광고를 삭제하지 않으면 방조죄가 된다”며 “’통지 후 삭제(notice and take down)’라고 해서 인지한 시점부터 ‘삭제(take down)’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일정한 책임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론대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식재산권 변호사는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처벌받지 않는데 어떻게 짝퉁 광고에만 법률을 적용하겠냐”며 “플랫폼도 자신들의 책임을 일부는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의 실적이나 기술력 등을 고려하면 단번에 짝퉁을 막아내긴 어렵다”고 말했다.

◇플랫폼 책임 인정하는 유럽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조선DB

국내와 달리 해외는 플랫폼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얼마 전 해외에서는 플랫폼 책임을 인정하는 사법적 판단이 나와 국내외 법조계와 IT업계에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이뤄진 개별 판매업자들의 가품 판매에 대해 아마존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판매 업체가 아닌 중개를 거래한 플랫폼 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ECJ는 일반 소비자들이 개별 판매자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보고 구입했으므로 플랫폼 측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ECJ 판결이 국내 법원에서 통용될지 미지수다. 법안이 새로 통과되지 않았고 그간 국내 법원 판단에도 법리상 오류가 없어서다. 이용민 율촌 변호사는 “국내는 플랫폼의 방조 책임을 부정하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플랫폼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짝퉁을 비롯해 유해 제품에 대한 플랫폼 책임이 커지면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물리적·기술적으로도 모든 제품과 광고에 대한 검수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2021년 판매자와 플랫폼이 연대책임을 지는 법안이 논의됐지만 진행이 잘되지 않았다”며 “자율규제 형태로 갈 것인지, 입법으로 할 것인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