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검찰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두 사람의 신병 확보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한창 속도를 내던 검찰의 돈봉투 사건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2일 서울중앙지검은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의 중대성과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등 구속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두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했다. 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45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역시 재석 293명 중 찬성 132명, 반대 155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현역 국회의원은 헌법 제44조(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에 의해 불체포 특권을 보장 받는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의 과반이 출석하고 그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는 '친정'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동정 여론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모두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한 가운데, 167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 민주당의 표심이 결과를 판가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 돈봉투 사건은 송영길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여러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이다.
윤 의원은 송 전 대표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금품 제공을 지시하거나 권유,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현역 의원들에 각 지역 대의원들을 상대로 송 전 대표를 뽑도록 하거나 지지를 유지해달라며 300만원이 든 돈봉투 20개를 전달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 의원은 윤 의원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명목으로 돈봉투 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지역 본부장 등에게 살포할 1000만원을 마련하는 과정에 관여하고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경선캠프 운영 비용 명목으로 1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국회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통화녹음과 텔레그램 내용 등 증거를 상세히 공개하며 국회의원이 국민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돈봉투의 조성, 살포 과정이 마치 생중계되듯이 녹음돼 있다"며 "이정근씨가 강래구씨에게 '이성만 의원님께서 오늘 오셔서 100만원을 주고 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정근씨가 윤관석 의원에게 돈봉투 10개씩을 2차례에 걸쳐 전달한 때, 자금을 제공한 박용수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윤 전달했음', '윤 잘 전달'이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두 의원의 신병 확보가 무산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검찰은 금품이 조성되고 살포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한 두 의원을 구속 수사한 뒤 공여자 측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 의심 받는 송 전 대표를 정조준할 계획이었다.
다만 중앙지검은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계 없이 전당대회 금품 살포 및 수수와 관련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 사안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이날도 송 전 대표의 경선 컨설팅 업체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자금이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해 경선 컨설팅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