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대 이혼 소송'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9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은둔의 경영자'로 잘 알려진 권 CVO는 배우자 이모씨와 함께 면접조사기일에 참석했는데, 심경과 재산 분할 가능성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권 CVO와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가정법원에서 약 2시간 동안 면접조사를 받았다. 면접조사란 가사조사관이 이혼 소송 당사자를 만나 갈등의 원인과 상황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 이씨 측 변호인이 두 사람을 분리해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권 CVO는 오전 9시 40분쯤 서울가정법원 620조사실에 들어섰다. 진회색 재킷에 줄무늬 셔츠, 남색 면바지를 입은 권 CVO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로고가 새겨진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원에 나타났다. 권 CVO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와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도 함께 법원을 찾았다.
권 CVO는 오전 11시 30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조사받은 심정은 어떠냐", "스마일게이트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재산 분할 가능성도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권 CVO 측 대리인 역시 "개인사라 답하기 어렵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배우자 이씨는 권 CVO보다 3분 먼저 조사실을 나섰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침묵을 지킨 채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로 이동해 법원을 벗어났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권 CVO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4월 열린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이씨 측은 자신이 20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자녀를 양육했고, 창업 초기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를 지냈다며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절반에 달하는 재산 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인 파탄의 책임도 권 CVO에게 있다는 게 이씨 측 주장이다. 두 사람은 슬하에 성년인 딸과 미성년 아들을 두고 있다.
반면 권 CVO는 일찌감치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9일 이혼소송 기각을 구하는 답변서를 가정법원에 제출했다.
권CVO의 재산은 작년 4월 기준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비상장 지분 가치가 그 정도 된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스마일게이트알피지·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에스피엠씨·스마일게이트스토브·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그룹(싱가포르) 지분 전량을 갖고 있다. 지주사는 그 외에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슈퍼크리에이티브 지분을 각각 91.6%, 82.6%씩 보유 중이다. 권 CVO 1인이 그룹 전체 지분과 경영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씨가 재산의 상당 부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이씨는 스마일게이트 창업 당시 지분 30%를 출자했는데, 이 돈에는 이씨 친정 몫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명의의 스마일게이트 지분은 권 CVO가 회사를 에스지홀딩스(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중심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국 텐센트에 전량 매각된 것으로 전해진다. 에스지홀딩스는 2005년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었는데, 이후 수차례의 증자 및 감자를 통해 그룹의 지주사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스마일게이트 창업 초기 회사 경영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1년 혼인했으며 2002년 6월 스마일게이트(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공동 창업했다. 이씨는 창업 후 한달 뒤인 2002년 7월부터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를 맡았고, 2005년 복귀해 3월부터 12월까지 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이처럼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은 두 사람의 혼인 이후에 생성된 재산인 만큼, 특유재산과는 다르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자기 명의로 갖고 있었거나 결혼할 때 혹은 혼인 기간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뜻한다. 보통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도 SK(주) 지분이 특유재산이라는 점 때문에 분할 대상에서 빠졌다.
만약 이씨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절반에 해당하는 5조원을 받게 된다면, 국내 3위 수준의 여성 주식 부호에 등극하게 된다. 지난달 기준 여성 주식 부호 1위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약 7조7000억원), 2위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약 6조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약 5조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