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A 사단법인은 독거 노인과 빈곤층을 위한 무료 급식 사업을 하고 있다. 무료 급식 사업을 위해 2013년 7월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했고 이듬해 3월 행정안전부에서 법인 설립을 허가 받았다. 이후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을 계속했으나, 2019년 7월 돌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부금품법은 인건비, 홍보비 등 모집 비용을 전체 모금액의 15% 이내로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검찰은 A 사단법인이 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A 사단법인은 애초에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형사 처벌을 받을 경우 세액 공제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공익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었다.

A 사단법인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1·2심 재판부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A 사단법인의 역전승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 vs 적용 대상 아니다

검찰은 A 사단법인이 2013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인건비, 홍보비 등을 전체 모금액의 15% 넘게 사용했다고 봤다. 특히 2013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1년여 간은 모금액의 47%를 인건비, 홍보비 등에 사용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었다. A 사단법인은 모금액을 지인 조의금 등으로 사용하고 2016년 8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장부(현금출납부)를 거짓으로 기재한 혐의도 받았다.

A 사단법인은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법인 ‘소속원’에게 받는 금품은 기부금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A 사단법인은 정회원과 후원회원에게 회비, 후원비 등을 받고 있었다. ‘회원=소속원’으로 보고 기부금품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게 A 사단법인 측 입장이었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김정우 판사는 2020년 4월 A 사단법인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 사단법인에서 사무총장과 대표 등을 지낸 B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사단법인 회원들을 ‘소속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A 사단법인 회원들이 2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법인에 정기적으로 돈을 납부하는 것 외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소위 회원들이 사단법인 임원 구성 과정에 의결권을 행사한 적도 없다”며 “이들을 소속원으로 보고 기부금품법 적용을 배제할 경우 무분별한 금품 모집이나 부적절한 모금액 사용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료 급식소를 오래 운영하며 봉사 활동을 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했다.

A 사단법인은 항소했고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다. 대구지법 형사3-2부(재판장 최윤성)는 2021년 11월 원심과 마찬가지로 A 사단법인에 벌금 1000만원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다만 장부에 기부금품법을 거짓으로 적은 부분은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기부금을 모집한 일자, 기부자의 주소와 성명, 기부금과 누적 기부금 등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것이 아니라면 일부 항목을 추가해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어도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올해 2월 사건을 파기하고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 사단법인이 회원에게 받은 회비가) 소속원으로 받은 금품에 해당한다”며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인 설립 목적, 관리 현황 등을 종합하면 회비 납부가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적정한 사용이 담보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유욱, 김경목, 황인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 “기부금품법 적용 범위 정리, 공익 활동에 기여”

사건의 쟁점은 A 사단법인이 회원들에게 받은 회비, 후원비 등이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인지 여부였다. 3심부터 참여한 법무법인 태평양과 태평양의 공익 재단법인 동천의 유욱(사법연수원 19기·동천주거공익법센터장), 김경목(연수원 26기·동천NPO법센터장), 황인형(변호사 시험 7회) 변호사는 A 사단법인의 회원들은 법인 ‘소속원’으로 봐야 하며, 이들이 낸 돈은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기부금품법 2조는 ‘소속원으로부터 회비, 구성원의 공동 이익을 위해 모은 금품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도 단체의 특성과 모금 목적 등을 고려해 금품 모집이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처벌에서 제외해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변호인단은 A 사단법인 회원들이 ‘소속원’이라는 대법원 판단을 이끌어냈다. A 법인은 정관에 따라 정기 회원 신청서, 정기 후원 신청서 등을 통해 회비와 후원비를 납부하는 사람들에게 회원증, 후원증 등을 발급하고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회원들에게 인재 추천서, 사업을 하는 회원에게 나눔 인증패 등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런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법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공익 활동 단체들의 실무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며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때 공익 활동 단체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다른 사단법인들도 모금액의 15% 미만으로 인건비, 홍보비 등을 사용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A 사단법인이 법인세법, 상속세법, 증여세법과 공시 의무, 회계 의무, 주무 관청 점검, 국세청 통보 등 다양한 법과 규제를 준수했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해당 법인을 부정하게 볼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세액 공제 혜택 등을 받기 어려워지고 재정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공익 활동하는 분들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자부심, 활동 동력이 무너지게 될 것 같았다”며 “시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기부금품법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해준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