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혐의자의 재범이 우려되는 경우 이미 같은 범죄사실로 '피해자 주변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더라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스토킹범 A씨에 대한 검찰의 잠정조치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스토킹 관련 범죄로 A씨는 지난해 7월 약 두 달간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 기간이 지나자 추가 접근금지 명령을 청구했다.
1심은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전 잠정조치 결정과 동일한 스토킹 범죄를 이유로 다시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법상 '동일한 범죄사실'로 이미 체포·구속한 사람을 다시 체포·구속할 수 없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놨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스토킹 행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재발 우려를 이유로 새로운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스토킹 행위는 감정이 해소되기 전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며 "지속·반복할 가능성이 높고, 갈수록 심해지는 경향 등 범죄로 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현행 스토킹 처벌법이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 유형도 있다고 판단했다. 제3자에게 추가 스토킹 범죄를 예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런 정황으로 범죄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잠정조치를 위해 새로운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기를 기다리도록 요구하는 결과에 이르고, 이는 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