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일러스트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서 함께 타고 있던 연인을 사망케 한 3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2일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36)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11월 새벽 제주 한림읍의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8% 상태로 엔터카를 몰다가 도로 연석 등을 연이어 들이받았다. 당시 조수석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채 탑승해 있던 연인 A씨가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큰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2020년 8월 사망했다.

당시 김씨는 A씨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김씨는 차량에서 안전벨트 경고음이 울리자 “안전벨트를 안 했네”라고 물었고, A씨가 “응”이라고 답하자 시속 114km까지 급가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검찰은 A씨가 이별 요구를 거절한 점 등에 근거해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살인 혐의를 무죄로,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고의 사고라는 의심이 들지만, 사고가 음주운전 중 과실인지 고의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살해를 계획할 정도의 증오심은 없는 것 같고, 오픈카는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도 위태로워질 수 있어 피해자를 해치고자 사고를 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후 검찰은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이는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는 조치다.

2심도 살인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 재판부는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반성하고 있고, 범죄전력이 없고, 치료비를 일부 부담한 점을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