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대한상공회의소, 아트센터나비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장외전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노 관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과 1심 판결 내용 일부를 밝히자, 그간 이혼과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던 최 회장 변호인단도 이례적으로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의 인터뷰가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노 관장이 피소 가능성을 감수하고도 여론전에 나선 것은 2심에서 결과를 뒤집기 위한 초강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 盧 인터뷰, 가사소송법 따라 2년 이하 금고 또는 100만원 벌금형 가능

노 관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여자가 생긴 배우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 받으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선례를 (이번 1심 판결이) 만들었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지난달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을 선고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 1297만5472주 가운데 절반인 648만7736주(1조3000억여원 상당)를 분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SK(주)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기타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등만 분할 대상이 됐다. 분할액은 노 관장 측에서 요구한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현금 665억원에 그쳤다. 노 관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최 회장 역시 맞항소한 상태다.

노 관장은 인터뷰에서 1심 판결문의 내용 일부를 자세히 언급했다.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영자 내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서 독립하여 존재하는 회사 기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고 기타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다'는 내용, 자신이 가정주부이자 아트센터나비 관장이기 때문에 SK주식의 유지·관리에 관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 등을 상세히 전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즉각 공식 입장을 냈다. "재판 중인 당사자 일방의 주장 만을 기사화한 보도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위법한 보도"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혼 소송에 관해 좀처럼 공식 입장을 내지 않던 최 회장 변호인단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노 관장의 인터뷰는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사소송법 제10조의 '보도금지' 조항에 따르면, 가정법원에서 처리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관해 본인이 누구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같은 법 제72조에 따라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이혼 조정을 마친 한 부부가 '언론플레이'를 이유로 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 사례가 있다.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관련 사실을 언론 매체에 의도적으로 흘렸다며 고소한 것이다.

가사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이혼 소송 관련 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것 때문에 처벌을 받은 사례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최 회장 측에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를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 "盧, 2심 재판에 모든 것 걸어야… 1심과 다른 논리 필요할 것"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의 변호인단이 가사소송법을 몰랐을 리 없다며, 최 회장 측에 소송을 당할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인터뷰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최 회장 부부의 2심 재판은 법원 인사 시즌이 끝나고 빠르면 올해 3~4월에 시작할 전망이다. 노 관장 입장에서는 남은 기간 동안 설득력 있는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데, 여론전이 판세를 뒤집을 '한방'이 될 수 있다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현 상황에서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며 "때문에 궁지에 몰린 노 관장 입장에서는 형사적 처벌 위험이 있더라도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에서는 재산 분할 대상이나 비율을 하급심과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2심 재판이 노 관장에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이 변호사는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노 관장 변호인단이 2심 재판에서 1심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와야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노 관장 측에서는 SK그룹이 성장하기까지 자신이 기여한 바를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종로 서린빌딩 내에 위치한 아트센터나비가 SK그룹의 무형자산을 향상시켰다는 식이다.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에 대해 "SK그룹은 워낙 큰 기업이고 최 회장과 그룹 자체가 사회적 기여를 많이 하고 있는 만큼, 노 관장이 자신의 기여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배우자가 평화롭던 가정에 분란을 일으켰으며, 자신이 30여년 간 함께 살며 세 자녀를 키우고 내조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