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는 빙과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식품 담합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9일 공정거래법 위반·입찰방해 혐의로 빙그레 법인과 빙그레 최모 시판사업 담당 상무, 롯데푸드 김모 빙과부문장, 롯데제과 남모 빙과제빵 영업본부장, 해태제과 박모 영업 담당 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소매점 거래처 분할, 모 자동차 아이스크림 납품 발주 입찰 순번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롯데제과·해태제과는 빙그레·롯데푸드와 함께 2017년 6월부터 2019년 5월 모 자동차 업체의 아이스크림 납품 입찰에서 순번과 낙찰자 등을 합의·실행해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역대 식품 담합 중 최대 규모로 국민 생활에 밀접한 아이스크림 가격을 장기간 담합해 결과적으로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의 가계 부담까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이들의 유통 채널 합의가 이뤄진 무렵(2017년 8월~10월) 총물가지수 대비 아이스크림 물가지수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유통 구조는 크게 시판채널과 유통채널로 구분된다.

시판 채널은 제조사들이 지사나 영업소, 대리점 등을 통해 독립슈퍼, 일반식품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는 경로를 말한다. 1개 소매점은 통상 1개 제조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낮은 납품 가격을 제시해 소매점을 늘린다.

유통채널은 제조사들이 직접 편의점과 체인슈퍼(SSM), 할인점(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는 경로다. 제조사들은 할인 행사나 2+1 행사 등을 통해 낮은 납품 가격으로 대량 판매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 업체들은 낮은 납품 가격을 제시해 서로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만드는 영업 경쟁을 그만두기로 합의했다. 이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업체들은 또 소매점이나 대리점에 할인 공급해주는 지원율을 제한해 아이스크림 납품 가격 하락을 방지했다.

이 밖에 편의점이 실시하는 할인이나 2+1 등 각종 판촉 행사 대상 품목 수를 줄이기로 하는가 하면, 납품하는 아이스크림의 제품 유형별로 직접 판매 가격 인상을 합의하기도 했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빙과 업체들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350억4500만원을 부과하고 빙그레와 롯데푸드 법인만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수사를 통해 책임 주체를 밝혀 담합에 가담한 임원급 개인 4명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OECD 경쟁위원회가 담합 사건에서 개인에 대한 제재를 반드시 도입할 것을 권고하는 등 담합 근절을 위한 개인 처벌을 강화하는 국제 트렌드에 부합한다”며 “향후에도 담합에 가담한 법인뿐만 아니라 이에 관여한 개인도 엄정하게 책임을 추궁해 담합 근절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