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및 조기 폐쇄' 사건 재판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영진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배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우려하고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는 4일 오전부터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조기 폐쇄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 등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된 문건을 보면 한수원 입장에 대해 배임과 손해배상 책임이라고 기재된 부분이 있는데 맞습니까"라고 물었고 A씨는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운전) 수명이 남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수 있는데 한수원이 포기할 경우 배임과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고, A씨는 "아무 (법적·제도적) 근거 없이 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원전 가동을) 포기하는 경우 한수원 관련자들에 대한 배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우려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검찰은 "월성 1호기는 대규모 설비를 투자했고 원안위(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가동 중이었기 때문에 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배임과 손해배상 리스크가 있었고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던 것인가"라고 물었다. A씨는 "아무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을 때에 대해 우려했고 근거 마련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 우려했고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정합성(整合性)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수립하면서 2035년까지 원전 비율 목표를 29%로 잡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통해 2030년 원전 비율을 23.9%로 정했다. 에기본은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인데 하위 계획인 전기본에서 임의로 원전 비율을 낮췄다는 것이다.
검찰은 작년 6월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정 전 사장을 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게 배임 교사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당시 검찰 지휘부가 수사에 제동을 걸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백 전 장관에 대해 배임 교사 혐의를 추가하겠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백 전 장관이 정 전 사장 등에게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시키고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들에게 즉시 가동 중단을 의결시켜 한수원에 148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추가로 제출된 증거 목록 등을 검토해 다음 기일에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