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불한당(不汗黨)에서 ‘한’은 원래 ‘땀 한’자다. 저는 부패를 ‘땀 흘리며 일하지 않고 남의 재물을 탐하고 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짬짬이를 하거나 뇌물을 받거나 횡령을 하거나 공금유용에 그치는 것이 적극적 의미의 부패라면, 성실히 일하지 않고 국민의 세금을 취하는 것도 부패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가 힘들고 불편하면 국민이 안심하고 편히 살 수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6일 대검 간부들과 과장급 이상 검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청렴 강의’에 나섰다. 취임 당시 ‘국민을 섬기는 검찰이 되겠다’고 강조하는 등 검사들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검찰개혁에 앞장서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강의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NDFC 6층 대강의실에서 ‘듣다보면 빠져드는 청렴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공직자로서의 부패 근절과 청렴에 대해 1시간 가량 강연했다.

평소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 총장은 이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후한서(後漢書)의 양진전(楊震傳)을 예로 들어 검사들에게 청렴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세한도의 인장은 총 4개인데 소나무와 잣나무를 보면서 (그린 ) 아주 마르고 건조한 필체로 돼 있다”며 “지조있고 가난한 선비의 마음을 표현한게 아닌가 싶어 청렴이라는 말을 접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총장은 ‘관서 지방의 공자’로 불리던 태수 양진이라는 인물과 그가 천거했던 창읍 현령 왕밀의 고사를 전달하면서 “공직자를 ‘어항 속 물고기’라고 한다. 여러분도 어두운 방안에 홀로 있어도 양진처럼 처신해달라. 이것이 바로 공직자의 자세이고 처신”이라고 당부했다.

왕밀은 양진과 만난 자리에서 황금 10근을 꺼내 손을 밑으로 해서 건넸는데, 양진은 “당신의 학식과 인품을 믿었는데 실망스럽다”는 취지로 이야기한다. 이에 왕밀은 “뇌물이 아니라 지난날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고, 양진은 “나에 대한 보답은 나라를 위해 진력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왕밀이 “지금 이 어두운 방안에 태수님과 나밖에 없다”고 하자, 양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왜 모른다고 합니까”라며 사지(四知)를 언급한다.

특히 이 총장은 부패를 도덕과 윤리적 양심적으로 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합리와 이성적으로 판단할때도 부패는 공직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월 500만 원의 급여를 받는 공직자가 있다고 강조해보자. 요즘 고금리를 반영해 이자율을 3%로 따져보면 해당 월급을 받는 것은 정기 예금 20억원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억 원은 이달 17일 발표한 로또 복권 1033회차 1등(19억원)을 맞은 것과 비슷한 액수”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아울러 이 총장은 부정부패·뇌물수수를 통해 검사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20억원의 정기 예금 가치를 갖고 있지만 부패를 저지르면 일단 소속이 대검(검사)에서 법무부(징계를 받는다는 뜻)으로 바뀐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창희 현 트러스톤 자산운영 연금포럼 대표(전 미래에셋 부회장)는 ‘행복한 미래는 평생 현역에 있다’고 했는데 (부패를 저지르면) 단죄를 받아 현역을 유지할 수 없고 벌금과 추징금, 징계 부가금, 변호사 비용, 퇴직금 삭감, 명예 손상, 가족과 친구의 상실 등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노나라의 재상 공의휴의 불수어(생선을 받지 않겠다) 사례를 들어 경제성과 합리에 호소해 부패를 멀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총장은 “공의휴는 생선을 준 사람에게 ‘내가 재상이라 생선을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을 수 있는데 파직되면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내가 왜 받아야 하냐’라고 했다”고 하면서 “생선을 계속 드시겠냐, 안 드시겠냐. 그것은 여러분의 마음가짐에 달렸다”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왕 맑고 깨끗하고 향기롭게, 국민의 세금을 헛되게 쓰지 않게하자”면서 “일할 기회가 주어질 때 국민의 세금을 쓰자”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