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추미애 전 법무장관 시절 임명된 이상갑 법무실장의 사표 수리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실 최대 현안인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간 국제 소송 결과가 오는 31일 나온다는 점에서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실장의 사표는 론스타 중재판정부의 선고 결과가 나온 이후에 수리될 예정이다. 법무부의 한 인사는 "이달 말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안이 있는 상태인데 나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민변' 출신 변호사인 이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서 2020년 8월 법무부 인권국장에 기용됐다. 검사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발탁된 셈이다. 이후 지난해 8월 박범계 전 법무장관 시절에는 법무실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입장에선 '론스타 선고'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 앞두고 실무라인 가장 윗선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선고 결과에 따라 후속 처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즉시 사표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사건은 법무부 법무실이 담당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법무실장은 정부의 변호사 역할을 하는 자리로, 이번 ISD사건을 포함해 국가가 당사자인 법률분쟁을 총괄한다. 또 변호사시험을 통한 법조인력 수급 관리 등 법조시장 관련 업무도 맡는 등 검찰국장,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법무부 요직'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선 이 실장의 사표 수리를 뒤로 미룬 배경에는 6조원이 걸린 론스타 사건에서 패할 경우, 이른바 책임 질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패소하면 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 있어 국가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할 뿐더러,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 등에 관여했던 인사들의 책임론도 불거지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 외에 김연정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김의래 송무심의관, 김종현 인권구조과장 등 탈검찰화 기조에서 발탁된 비검사 출신 법무부 간부들 사표는 일찌감치 수리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론스타 사건 책임 부서가 법무실이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선고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 실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