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검찰기. /연합

법무부가 28일 고검 검사급(차·부장) 인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장 대부분이 교체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통들이 전면 배치되면서 향후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는 28일 고검 검사급 검사 683명과 평검사 29명 등 총 712명에 대한 신규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발령일은 내달 4일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인사로, 내달 4일 시행될 검찰 직제개편 등과 맞물리면서 인사 폭이 커졌다는 평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앞서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1일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10명과 그간 두 차례 인사를 거치며 의원면직 처리된 인원 등을 제외하면 중간 간부 대부분이 변경되는 것이다. 특히 전 정권 관련 수사 중인 수사팀에는 윤석열 대통령, 한 장관과 함께 근무한 ‘특수통’들이 자리하면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산적한 주요 현안 업무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정의와 공정에 대한 의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소임을 다한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배치했고, 수평적 리더십과 윤리의식을 갖춘 검사를 중용했다”고 말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文정부 관련 수사팀 전격 교체

이번 인사로 문재인 정부 관련 비위 의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의원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을 맡고 있는 수사팀 대부분이 재구성됐다.

대표적인 문재인 정부 관련 사건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에는 서현욱(35기) 부산서부지청 형사3부장검사가 임명됐다. 해당 부서에는 ‘청와대 불법감찰 의혹’ 사건도 배당돼 있는 상태다.

조직개편을 통해 3개 부서가 된 반부패수사1~3부 부장도 전격 교체됐다. 반부패수사1부장검사로 엄희준(32기) 서울남부지검 중경단 부장검사가 부임한다. 엄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엄 부장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반부패수사2부는 김영철(33기)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검사가 이끈다. 김 부장검사는 국정농단 사건 특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을 맡고 있다. 현재 반부패수사2는 여성가족부 등의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반부패수사3부에는 강백신(34기) 서울동부지검 공판5부장검사가 부임한다.

여성가족부의 대선 공약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2부에는 이상헌(33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이 왔다. 선거 사건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3부는 이준범(33기) 부산지검 공공·외사수사 부장이 이끈다.

◇'변호사비 대납’ 등 이재명 관련 수사팀도 재구성

이 의원의 사건 다수를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차장검사부터 전면 재구성됐다. 1차장검사에는 박찬록(30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가, 2차장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지휘·지원과장을 지낸 김형록(31기) 차장검사가 맡는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연관됐다는 쌍방울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장에는 김영남(34기) 대전지검 형사4부장검사가 부임한다. 이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는 정원두(34기)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장이 맡게 됐다.

이 의원이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를 이끄는 성남지청장으로는 이창수(30기) 대구지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이 차장검사는 대검 대변인도 지낸 바 있다. 해당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은정(29기) 지청장은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 부장검사로 전보된다.

◇중앙지검 1차장에 성상우... 여검사들 약진도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성상헌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를 요직인 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발령냈다.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 코스로 불린다. 성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로 근무한 바 있다. ‘검찰총장의 입’ 역할을 맡을 대검찰청 대변인에는 박현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50·31기)이 임명됐다.

여검사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대검 인권기획담당관에는 정수진(33기) 청주지검 제천지청장이, 대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박명희(34기) 서울북부지검 공판부장이, 대검 정보통신과장은 백수진(33기)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이, 대검 형사2과장엔 임선화(34기) 광주지검 장흥지청장이 부임했다.

이외 대검 형사4과장에는 원신혜(35기) 대구지검 포항지청 형사2부장이, 공판1과장에는 조아라(34기) 서울남부지검 공판부장이, 검찰연구관에는 강선주(35기) 여주지청 형사부장이 각각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