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가족 측 변호인 김기윤 변호사. /연합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사건 수사결과가 뒤집힌 가운데, 이씨의 유족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고발했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고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 정보공개’에 대해 “정식으로 요청하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우선 당초 조사결과가 ‘월북’으로 발표됐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이 국방부와 해경 등에 보낸 ‘지침’으로 인해 월북으로 조작된 것 같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국방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월북’으로 조사됐는지 여부에 대해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6일 인천해경서는 브리핑을 열고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다음 날 서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경이 이씨 실종 이후 8일 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내면서 월북했다고 발표한 것을 전격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능력도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상처를 입은 유족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자를 상대로 고발한 사건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수처장이 수사에 나선다면 유족에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며 “공수처의 수사능력을 보면 월북 조작의 실체 진실을 파헤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오는 24일 우 비대위원장에 정식으로 찾아가겠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관에 있는 정보를 요청할 것”이라며 “지난 2020년 10월 문 전 대통령은 이씨의 아들에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유족이 청구한 정보에 대하여 거부했다”고 했다.

이어 “이에 유족이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항소했다”며 “이후 항소기간 중 퇴임하면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다. 우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족 측은 해양청장에 당시 수사 등을 담당했던 인문들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2021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10월 22일자 해경 발표 관련, 당시 수사정보국장 윤성현(현 남해해양청장)과 형사과장 김태균(현 울산해양경찰서장)에게 인권침해를 이유로 징계를 권고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승진만 했고,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