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타워 앞에서 열린 애경 불매운동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팀이 '검수완박 중재안'이 통과되면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대형참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가해자에게 법률적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수완박이 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는데다, 재판 과정에서 수사팀이 공소유지에도 관여하지 못한다.

수사팀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대형참사 사건과 같이 법률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의 경우,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수사 초기부터 참여하지 못해 압수수색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1년 원인미상의 폐질환 신고를 시작으로 촉발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현재까지 피해자만 총 4291명(한국환경산업기술원 추정, 사망자 1534명)에 이르는 '사회적 참사'다.

수사팀은 "중재안가 같이 보완수사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 증거인멸, 뇌물 수수 등 대형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밝혀내고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법률전문가이자 수사전문가인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다면 피해자 구제, 적정한 국가형별권 행사에 심각한 지장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법리적 쟁점은 회사 임직원들의 과실과 인체에 치명적 피해라는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으로, 수사 초기부터 높은 수준의 법률적·의학적 전문성이 요구됐다는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실제 수사착수 전에 역학, 독성학, 의학(임상·영상·병리) 등 각 분야 전문지식을 습득해야 했고, 각 분야별 최고 권위자에 부탁해 2~3주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수사계획 수립을 위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형사법 전문가인 검사가 사안과 관련된 법리가 복잡한 사건의 수사과정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수사 초기부터 법리를 연구·개발하고 이를 수사에 접목해 최종 법원 판결에 반영되도록 하는 일은 (검수완박이 통과되면) 다시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과관계 입증과 관련해 인체 치명도가 덜하다는 일부 독성학 전문가들의 실험보고서를 어떻게 탄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수사 과정에서 해당 보고서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사실과 달리 기재된 정황을 포착해 별도 수사를 진행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도 "수사검사로 구성된 공소유지팀이 아니었다면 변호인들 공격에 맞서 정확한 사실과 법리로 재판부를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재판 당시 대기업 법인 자체가 피고인이었고, 개인 피고인들도 모두 유명 대형 로펌을 선임해 수사팀 입장에선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수사팀은 "공소사실 구성 관련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공판검사가 하루아침에 1톤 트럭 분량의 수사기록만 읽고, 능력을 키워 대처한다는게 가능할 것으로 믿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독성학 대가들을 상대로 공판에서 수사검사 도움 없이 실험보고서의 위법성을 공판 검사가 홀로 입증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