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체가 허위 증서 등의 이유로 최초 분양자에 대한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한 경우, 해당 주택을 구입한 제3자에게도 영향이 가도록 규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서울고법이 구 주택법 39조 2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해 달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구 주택법 39조 1항은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동법 2항은 1항을 위반해 거짓으로 주택을 받았다면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청구인인 A씨 등은 지난 2015년 B씨와 서울의 한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무리 된 상황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B씨가 주택법상 교란행위를 했다며 분양계약을 취소했고, 이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SH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A씨 등은 주택법 39조 2항이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지 않아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며 서울고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서울고법도 주택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급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헌재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택이 우선 공급되는 것이 목적인 주택공급제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분양단계에서 절차·과정이 투명·공정해야 한다"며 "사업주체가 공급질서 교란자와 체결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적절하다"고 밝혔다.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없다는 청구인들의 주장도 헌재는 기각했다. 헌재는 "사업주체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공급계약의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선의의 제3자가 존재한다는 등의 이유로 공급계약을 취소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자신의 주택이 공급질서 교란행위에 기초해 공급된 주택이란 점은 우연한 사실에 가깝다"며 "이로 인한 책임을 선의의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자의적이고 불합리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취소권 행사에 대항할 수단도 없는 상태에서 통제받지 않은 재량권이 부여된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