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조선DB

수조원 규모의 불법 대출 등으로 촉발된 이른바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수많은 예금자에게 커다란 경제적 손실과 고통을 안겨줬다. 부산저축은행 파산으로 피해자만 3만8000명에 달했고, 7300억원에 달하는 캄보디아 신도시(캄코시티) 개발사업 관련 채권액 회수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캄보디아 대법원은 2020년 2월 예금보험공사와 채무자인 월드시티 대표 이모씨간 6700억원 규모의 주식반환청구소송에서 예보측 손을 들어줬다. 법 체계와 재판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캄보디아에 우리 금융기관이 거액 투자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이를 회수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했으나 10년 넘게 법적 공방만 지속되고 있던 상황에서 마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캄코시티 토지에 대한 가압류를 인용하는 결정이 대법원격인 캄보디아 고등법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매각된 일부 토지는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일부 자산이라도 묶어놨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금전적 손해를 구제할 수 있는 토대를 또 한번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과정에는 법무법인 화우가 있었다. 부산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를 대리해 두 차례 모두 승소를 거둔 셈이다.

◇쟁점은 “채권자대위권 행사 여부”

가압류 승소 사건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캄코시티와 관련한 대출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은 당초 캄보디아 캄코프로젝트 시행회사인 월드시티(최종채무자)에 원화 대출을 하면서, 자체 설립한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하도록 했다.

즉 한국의 채권자인 부산저축은행이 LMW를 대위해 캄보디아 소재 회사인 월드시티에 대해 ‘채권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채권자대위권이란 채권자가 스스로의 채권을 보전키 위해 채무자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부산저축은행이 LMW로부터 변제 받지 못한 돈을 월드시티에 요구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실제 캄보디아 민법 제422조에는 채권자 대위권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캄보디아 민법이 제정돼 시행된 시점이 2011년 11월 31일부터라는 점이었다.

이 사건을 대리한 차지훈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는 “이 사건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대출이 이뤄졌다”면서 “부산저축은행이 월드시티에 대해 채권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면 이를 규정한 민법을 근거로 해야 하는데, 민법은 사건 발생 이후인 2011년부터 시행됐다는데 복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대방인 월드시티측은 민법 시행 이전에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을 법정에서 강조했다. 대출이 이뤄졌던 시점에 캄보디아 민법이 없었기 때문에, 민법에 따른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였다.

◇ 채권자대위 설득한 결정적 한방은 ‘계속적 채권관계’

이에 화우는 캄보디아 민법 시행에 관한 법률(Law on implementation of the civil code) 5조 1항을 들고 반격에 나섰다. 해당 조항은 계속적 채권 관계라고 판단될 경우, 민법상 채권자 대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적시돼 있다.

즉, 이른바 ‘경과조치’에 대한 것으로 법 시행 일어난 일 중 현재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의 경우 해당 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 변호사는 “대출이 2005년 발생했지만 월드시티가 돈을 갚지 않아서 대출에 대한 채권이 계속해서 현재까지 발생하고 있으니 (민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에도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계속적 채권관계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차 변호사는 한국에서 중재를 한 국제중재사건의 판정을 인용하며 주장을 보강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2011년 전에 캄보디아 채무자에게 대출해 준 다른 사건이 국제중재 판정으로 다뤄진 적이 있는데, 우리가 같은 조항(계속적 채권관계)으로 승소한 적이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면서 재판부를 설득한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캄보디아 민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일본 법학자들에게도 의견과 자문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화우 차지훈 변호사

◇”피해자 구제 토대 마련에 의의”

이번 승소에 대해 화우는 부산저축은행 파산 사건에 대한 피해자들의 구제가 절실한 상황에서 해외 대규모 부실 투자가 이뤄진 것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를 부여했다.

차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과 월드시티의 계약서를 보면 한국 법원이 전속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기재돼 있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법원의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됐다”면서 “민법상 경과조치 적용에 따라 기존 캄보디아 법원에서 허용되지 않던 채권자 대위권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국제사법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떻게 보면 황당하게 뺏길 뻔했던 것들을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질적 회수는 당장 어렵더라도) 자산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차 변호사는 국제사법적 문제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 기업의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과 관련한 자문 분야에서 전문성이 탁월하며 주요업무분야는 해외투자, 국제금융, 국제분쟁해결(국제중재)등이다.

이번 가압류 승소에 앞서 월드시티 주식양도소송 대법 사건에서도 승소를 이끌어 내는 등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