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문재인 정부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옷과 구두 등에 쓰인 비용을 공개하라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인정되지 않아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10일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정보공개 요구의 대상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해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납세자연맹이 청와대 측에 공개를 요구한 정보는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특활비 지출 내용의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 사유, 수령자, 지급 방법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 ▲2018년 1월 30일 청와대에서 장차관급 인사가 모인 자리에 제공한 도시락 가격 등이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는 대통령 의전 비용이나 특활비 집행 관련 부분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지만, 현재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설사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보호기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보호기간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 기산한다”면서 “이 사건 각 정보는 모두 ‘다른 법률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라거나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셈이다.

특히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개될 경우 국가 안전 보장·국방·통일·외교 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면서 “(다만) 그러려면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희생하여야 할 정도로 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수활동비에 국가안보 관련 내용이 있는데다 영부인 품위유지 차원에서 공개가 어렵다는 청와대 주장도 사실상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 등에 대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청와대 주장은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공개 거부 이유로 “특수활동비에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국가안보 관련 내용이 있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및 영부인에 대한 의전비용은 예산에 명시적으로 편성되어 있지 않다”며 “다만 국가 간 정상회담, 국빈 해외 방문, 외빈 초청행사 등 공식 활동 수행 시 국가원수 및 영부인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비용은 행사 부대 경비이므로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