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당국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삼표산업 채석장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관련해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기업살인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관리상 실책이나 부주의 등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경영책임자를 타깃으로 하는 중대재해법과 달리 기업살인법은 기업에만 벌금을 물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모델인 영국의 기업살인법 1호 처벌 사례는 삼표산업과 같은 매몰 사고다. 2007년 탄생한 기업살인법은 산업현장에서 심각한 관리상 실책이나 부주의 등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영국의 코츠월드 지질조사 업체(CGH)는 2011년 2월 17일 기업살인법에 의해 유죄가 선고된 최초의 기업이다. CGH의 직원이던 27세의 지질학자는 2008년 9월 3.5미터 구덩이의 바닥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다 지반이 무너져 질식사했다. CGH는 1992년 건강 및 안전에 관한 내부 지침을 통해 '구덩이 작업을 할 때는 말뚝이나 지지대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이런 장비 없이 일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검찰은 이 직원이 안전장비 없이 작업을 진행했고, 지상에서 현장을 감시하는 감독자도 없었다며 CGH를 기업살인법 혐의로 기소했다. 기업살인법은 '기업 등의 운영 또는 조작 방법 실패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고, 그러한 운영 방법의 실패가 상급관리자에 의한 것으로서 기업이 사망한 자에 대해 부담하는 주의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는 CGH의 안전을 위한 확보 의무 위반과 그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의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쟁점이 됐다.

법원은 2011년 2월 CGH에 대해 기업살인법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고 38만5000파운드(연 매출액의 250%, 한화 약 6억7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CGH의 작업 시스템에 대해 "전체적으로 불필요하게 위험하다"고 평가하면서 "사망한 직원에 대한 의무를 위반한 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CGH는 벌금이 과도하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그로 인한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동욱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본사에 안전과 관련된 시스템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며 "삼표산업이 안전 관련한 예산을 어떻게 부여했는지, 매뉴얼은 만들었는지, 조직은 제대로 갖췄는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표산업에서 지난해 두 건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점을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정한 '유해·위험 요인의 개선' 조항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재해 사건을 주로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붕괴 사고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삼표산업은 작년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이라며 "이후 위험 요인을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했는지, 이런 업무 절차에 따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는지 등을 따져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살인법은 기업에만 벌금을 물린다는 점에서 중대재해법과 다르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근거로 한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기업살인법이 상급관리자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 행위와 그에 따른 사망 사고 발생 여부를 따진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비슷하지만 실제 법이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경찰 수사를 통해 삼표산업 경영책임자의 구체적인 의무 위반 사항 등을 특정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단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한 뒤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정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현장 발파팀장 1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 사무실과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고 발생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삼표산업에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 삼표산업 본사 사무실 압수수색도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