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와 노동계, 법조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됐다. 앞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최소 1년의 징역이나 최고 10억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검찰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기업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기업 자문을 맡고 있는 주요 로펌들 분위기는 어떤지 총 4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검찰 등 수사기관들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전문성이 있고 실력 있는 검사들을 속속 투입하는 등 인력풀을 최대한 보강한 상태다. 어떤 사건이 1호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경영책임자 등'으로 표현되는 법 적용 대상이 모호한데다, 처벌 여부의 핵심 기준이 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 조항도 불분명해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첫 판례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작용하고 있다.
2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중대재해 수사지원 추진단은 일선 검찰청에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서와 양형 기준을 배포했다. 해설서에는 하청업체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의 처벌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중대재해 발생 시 초기 수사를 담당할 고용노동부 및 경찰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관련 자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1차 수사를 담당하는 노동부 근로감독관 지휘를 통해 본사 등에 대한 전면적인 압수수색을 벌일 방침이다. 또 검측요청서(공정 단계에 따라 세부 공증에 대한 검사 측정 요청 내용을 담은 문서)와 감독일지 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원청이 하청업체의 작업 현장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의무를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불리는 해설서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의 주체가 되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여러 차례의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이 CSO(안전보건책임자)를 내세워 CEO(경영책임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 결재 단계와 보고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추적할 것이란 예측이다.
중대재해 사건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검찰은 수색 대상을 확대하고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통해 경영책임자에게 부과된 안전·보건 조치 의무 등의 '절차적 하자'를 노릴 것"이라며 "한 곳에서라도 구멍이 생기면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사고 중 '엄정 수사' 대상이 되는 3대 유형도 제시했다. ▲관행적인 '안전 수칙' 미준수 및 '작업 계획서' 미준수 ▲재해 발생 대책을 수립·이행하지 않아 동종·유사 재해 재발 ▲종사자 의견청취 절차가 없거나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묵인·방치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 강도 높은 수사 대상이 된다.
대검은 중대재해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수사지원 추진단을 확대하기도 했다. 박성진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수사지원추진단은 중대산업재해팀과 중대시민재해팀으로 구성된다.
중대산업재해팀은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임길섭 노동수사지원과장이 팀장과 부팀장을 맡고, 중대시민재해팀은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과 신동원 대검 형사3과장이 팀장·부팀장으로서 업무를 주관한다.
이에 더해 검찰연구관 5명과 법무연수원 교수 2명, 서울중앙지검 소속 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 전문 검사 1명씩을 추진단에 포함하면서 총 15명으로 인원을 늘렸다. 검찰 연구관들은 현장 중심 수사체계 구축, 새로운 국민안전 중심 형사사법 시스템 구축, 해외 사례 및 법리 연구 등을 맡게 된다.
조만간 산업안전 전문가로 구성된 중대재해 자문기구도 출범한다. 자문기구는 효율적인 초동 수사 방안과 중대재해 책임자에게 적용할 양형인자 발굴, 수사와 공판 전문성 강화 등 분야의 과제를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