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디타워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들이 함께 모여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 (맨아래 줄 왼쪽부터) 황성익 변호사(연수원 33기), 문기섭 부센터장(고문), 김동욱 센터장(연수원 36기), 강정석 부센터장(연수원 30기), 박기태 변호사(연수원 38기), 이유경 변호사(연수원 39기), 권순규 변호사(변호사시험 10회), 정성환 변호사(변호사시험 5회) (두번째 줄 왼쪽부터) 김종수 변호사(연수원 37기), 김영현 변호사(변호사시험 7회), 김지현 변호사(변호사시험 9회), 김태승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 장경수 변호사(연수원 32기), 송봉주 변호사(연수원 36기), 우지현 전문위원 (셋번째 줄 왼쪽부터) 박필웅 변호사(연수원 41기), 조수형 변호사(연수원 42기), 이재성 변호사(변호사시험 8회) /장련성 기자

내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 중대재해법은 크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중대시민재해는 기존 제조물책임법을 확대한 개념이다. 즉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다수의 시민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할 경우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민사적으로 규제했다면, 내년부터는 형사 처벌이 더해지는 셈이다.

대기업들은 주로 중대산업재해 대응에 관심이 크지만,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중대시민재해가 ‘복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조물로 인한 사고는 다수의 시민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원재료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들이 중대시민재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형로펌 가운데 중대시민재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법무법인 세종이다. 세종은 1999년부터 제조물 책임과 관련, 최초의 소송으로 불리는 ‘담배 소송’을 승소로 이끌었다. 이후 술과 고엽제 소송까지 대응하면서 제조물에 관한 법리와 인과관계 분석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최근에는 가연성 가스인 ‘펜탄(C5) 누출사고’에 대한 처벌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지방 화학공장 설비 정비 도중 펜탄이 누출되면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는데, 바로 현장에 내려가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계획을 세워 ‘벌금형’을 이끌어냈다.

특히 세종의 중대재해 대응센터는 조직의 유연성을 강화한 ‘에자일(Agile·민첩)’ 방식의 문화를 구축해 환경 변화에 따라 민첩하게 반응한다. 중대재해 사고가 항상 일률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기업이 동일한 작업 공정을 거치는게 아니라는 점에서다. 건설 분야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분쟁·부동산·국제투자금융 그룹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조선비즈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종 회의실에서 중대재해 대응센터 김동욱(사법연수원 36기) 센터장과 고용노동부 출신 문기섭 부센터장, 황성익(33기) 변호사, 송봉주(36기) 변호사, 김종수(37기) 변호사를 만나 세종의 중대재해 대응센터 조직 구성과 대응 전략을 들었다.

‘중대시민재해 대응’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동욱=기존에는 재해라고 하면 산업재해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대시민재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관련 분야를 담당하던 변호사를 대거 영입했다. 조직도 중대시민재해 제조물·원료·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 담당 등 세분화해 구성한 상태다. 제조물 담당은 사업장에서 생산이나 제조, 판매, 유통하는 제조물의 결함과 관련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원료 담당은 원료의 유해성과 위해성 등 안전 보건 관련한 국내 법규 전문가들로 팀이 구성됐다.

황성익=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시민재해에 대해 전문가가 모여서 사고 원인 파악에 힘을 모으고 고객이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어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환경 분야의 생활화학 제품에 유해 물질이 포함돼 리콜을 한다거나 공정상 문제가 생겨 일반 시민에게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작업 공정을 분석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했다.

송봉주=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 책임에서 유래된 것인데 제조물 책임팀이 실질적으로 돌아가던 로펌은 거의 없다. 세종은 1999년부터 담배 소송으로 시작해서 고엽제 및 술 관련 소송 등을 통해 시민재해의 핵심 개념인 제조물의 결함이나 인과관계 분석 등에서 남다른 전문성을 보였다. 특히 담배 소송은 국내에서 ‘제조물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슈화한 계기가 됐는데, 제조물 책임에 관한 가장 많은 법리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나.

김동욱=사고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형적인 산업재해를 예로 들면 사고 발생 시 고용노동부와 안전공단, 소방방재청, 경찰, 국과수가 나와서 감식을 진행하고 사고 원인을 찾는다. 바로 현장으로 가서 회사가 추정하는 사고 원인을 듣고 그에 맞춰 방어 계획을 짠 뒤, 수사기관에 대응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진술이 중요하다.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고 발생으로 인해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 등과 같은 행정 처분을 해제할 수 있도록 자문도 하고 있다.

황성익=중대재해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사고대응팀에서는 현장에 전문가를 급파해서 사건을 파악하는 등 ‘현장밀착형’ 자문을 진행해왔다. 이후에는 사고 원인을 분석해서 초기 대응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회사와 함께 규정을 정비하고 프로토콜(절차)을 새로 만드는 조언을 하고 있다.

문기섭=고용노동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에서 공개한 관련 자료나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입법 취지가 반영이 된 해석을 하도록 돕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법 집행에 따라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안전 측면에서 기업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법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단순히 문구만 봐서는 A라고 해석되는 것이 실무에서는 B라고 볼 수 있다. 규범적인 해석론과 실무자 의견이 조화할 수 있도록 현실에 적합하게 법 해석을 하고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직이 유연하다.

문기섭=각 분야에 칸막이를 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순 있다. 그러나 우리는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에자일 방식을 택했다. 중대재해 사고의 형태가 모두 똑같지 않고 산업별, 유형별로 대응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모여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식을 논의한다.

김종수=산업별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건설은 건설분쟁, 부동산, 국제투자금융 그룹이 중심적으로 모여 움직이고 화학 물질 관련해서는 환경팀 위주로 대응한다. 각종 팀들이 센터를 중심으로 분업과 협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단순히 노동과 형사의 기계적 결합이나 관련 업무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을 모아서 센터을 구성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이 전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깊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왼쪽부터) 황성익 변호사, 문기섭 고문, 김동욱 센터장, 김종수 변호사, 송봉주 변호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법 시행 전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나.

김동욱=중대재해법이 규범적으로 ‘적합성’은 떨어진다(위헌 소지가 있거나 다른 법과 충돌)고 생각한다. 입법자들이 생각한 의도가 우리 사회에서 실현이 될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검찰이나 법원 단계를 지나면서 법의 문제점이 나타날 텐데, 시행 초기에 타깃이 돼서 언론에 오르내리고 수사기관의 의지가 맞물려서 더 강한 집행을 받을까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

송봉주=기업들이 안전 보건에 관한 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초기에는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느 정도 구축하다 보면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기업이 참고할 만한 구체적인 기준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본다. 다만 기업이 검토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발생한 사고도 수사기관이 ‘검토할 수 있었다’라고 무리하게 잣대를 대지 않을까 우려된다.

황성익=수사기관의 재량이 넓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영역이라 충분히 준비하고 대응해도 사고가 나면 무리하게 기소해서 처벌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기업의 근본적인 고민이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하고도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김종수=중견기업이 중대재해법 대비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사업주들이 일부러 근로자를 다치게 하거나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해가 심하면 실형을 살 수도 있는 법이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다. 이제는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법을 기준으로 할 것이라고 본다. 향후에는 중견기업도 법에 맞는 체계를 구축해야 사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동욱=강의를 다니면서 보통 마지막에 하는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다만 과거에는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가 안전에 대해 신경을 끄고 다른 사람을 시켜야 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그런 패러다임은 이미 깨졌다. 최고경영자가 안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럼 충분히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대표자가 처벌받는 법은 아니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대응해야 한다.

황성익=기업들은 사업장 안전 관리나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위해 여러 위험 요인을 점검해왔다. 무조건 겁을 먹기보다는 법 조문이라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 본질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도록 돕겠다. 법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대로 조력하고 싶다. 법 집행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사실 그동안 공장의 환경 책임자나 안전보건 관리자들은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외쳤다. 중대재해법이 결국 그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기섭=논란이 많은 법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분이 생기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숭고한 사명에서 만들어졌다. 입법적 과정이나 조항의 구성이 애매모호한 것이 많아서 걱정은 있다. 법의 당초 취지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계속 수정과 보완을 통해 법 집행력과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사법계가 이번을 계기로 법의 취지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김종수=중대재해법은 재해가 발생해야 처벌하는 것이다. 중대재해를 유발하는 각종 유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 기업에서 자발적인 노력을 하면 좋겠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나라 산재발생률이 떨어지는 좋은 효과가 생기길 바란다.

※노동그룹 소속 파트너 변호사인 김동욱 센터장은 중앙노동위원회 소송 총괄 변호사, 고용노동부 서기관을 역임했다. ‘고용노동 정책의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정부 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세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자문과 각종 재해 사건 처리 업무를 수행했다.

문기섭 부센터장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자문, 산재사고 발생 시 노동부 사업장 감독 등에 대한 대응 업무를 맡고 있다. 노동부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위험성 평가·안전교육과 산재보험을 연계하는 산재예방요율제 도입,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설치 등 역할을 수행해 산업재해 전문가로 꼽힌다.

환경 분야 전문가인 황성익 변호사는 화학물질 규제를 포함한 기업 설립 및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환경, 산업안전 및 보건 관계 법규의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수행했다. 기업 법무의 일환으로 산업안전 및 보건, 위험물, 고압가스, 자동차 배출가스 등 업무와 공정거래법 이슈 관련 자문도 맡았다. 공장 운영 관련, 다양한 EHS 이슈를 자문했다.

송봉주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 관련 소송과 분쟁을 담당하고 있다. 가스터빈 폭발·에어컨 실외기·ESS시설 화재·자동차 화재 사건, 화학물질 관련 사건 등 다양한 제조물 사건을 수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고 있다. 특히 세종의 ‘시그니처 소송’으로 평가받는 담배 소송의 주력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수 변호사는 서울대학교에서 노동법을 전공하고 서울대 노동법 연구회 및 대법원 산하 노동법 실무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노동 전문가다. 그는 중대재해 대응센터에서 중대산업재해를 담당하면서 사고 발생 시 고용노동부와 검찰, 법원을 아우르는 일련의 절차에 대응하고 있다. 또 안전보건법령에 따른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