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앞두고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재정적 여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손을 놓고 있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사고는 분야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견·중소기업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법 시행 후 중대재해법 자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 자문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이트 개발에 착수했다.
2015년부터 운영된 리걸테크 연구팀인 'e율촌'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간편하게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시스템(온라인 서베이 툴)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정보기술(IT)을 활용,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e율촌은 조세조약 자문, 거주자성 평가(세금), 건설, 제약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규제 준수 및 내부 통제) 등 분야에서 네 개 이상의 앱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율촌의 중대재해TF는 이 같은 e율촌과 협업하며 중대재해 자문 시장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사내 AI개발팀과 발 맞춰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중대재해 대응 시스템을 마련한 곳은 율촌이 유일하다.
조선비즈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소재한 율촌 회의실에서 중대재해 공동센터장인 조상욱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와 공동센터장이자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을 역임한 박영만 변호사(연수원 36기),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을 역임한 정지원 고문을 만나 율촌의 중대재해법 대응 방안에 대해 상세히 들어봤다.
'e율촌'이 이색적이다.
박=e율촌을 통해 중소기업들도 중대재해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려 한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예외 없이 중대재해법에 적용을 받는데, 기간도 길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엄두도 못 내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간단한 서베이 툴을 통해 회사 상황을 체크해봐도 당장 회사에 우선순위로 문제가 되는 것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조=수십개의 기업에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 회사당 8~12주가 소요된다. 법 시행 전이라 기간을 여유롭게 잡지만, 내년이 되면 기업들의 막대한 수요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로펌 업계의 최대 숙제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는 인명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대기업 건설업이나 제조업 등에서 주요 자문 요청이 들어오지만, 중소기업과 비제조업들의 요청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e율촌 사이트를 통해 각 회사가 산업안전 보건 관리 조직 문제와 협력 업체 문제 등 현황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회사들도 자신들의 위험 요소가 어떤 것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율촌 입장에서도 미리 기업들의 고민과 현황을 파악하면 자문 요청을 받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을 수 있다.
웨비나를 상당히 많이 열었다.
조=율촌은 중대재해법 관련 웨비나를 공식적으로 3차례 열었다. 첫 번째 웨비나를 열 때 신청자만 5000명, 동시 접속자는 4000명에 달했다. 웨비나를 열 때마다 수천명이 신청했다. 참가자에 제한을 두지 않아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발표 영상 자료를 유튜브에 모두 공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외부에서 요청이 와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로펌 입장에서는 영리 활동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고충과 근로자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누는 것이 사회공헌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프라이빗 세미나는 어떻게 진행되나.
박=기업에서 요청이 올 경우 영상 회의 등으로 기업 임원과 안전담당자, 법무팀을 상대로 컴플라이언스를 진행한다. 국내 굵직한 기업들의 대표들도 프라이빗 세미나에 참석한다. 결국 법이 시행되면 처벌 대상은 최고 경영자(CEO)가 되기 때문이다. 약 40번의 프라이빗 세미나를 열면서 각 기업에 맞는 해법을 맞춤 제공해왔다. 건설업이나 제조업 등 각 업종과 기업별로 특수성이 있어 제안이나 솔루션도 매번 다르게 제공된다.
기업 자문은 어떤 쪽에 방점을 뒀나.
정=대기업이 내부에 안전보건경영위원회를 조직하도록 율촌이 돕는다. 안전 조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중대재해법의 본질에 집중한 결과, 기업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사 내 위원회는 안전 보건에 대한 의사 결정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최상위 기관이다. 이에 율촌은 회사 내부에서는 대표이사와 최고안전책임자(CSO), 현장 담당 임원 등과 함께 외부에서는 안전 보건 업무를 진행한 공공기관 출신 전문가와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가들을 모은다. 안전 보건 관리 체계가 연중 상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 사회 전반의 중대재해 대응 수준을 높이는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정=각 로펌이 중대재해법을 앞두고 대응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활동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CEO에게 면죄부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산업안전 수준을 높이고 근로자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로펌과 기업이 함께 안전보건 시스템에 대한 수준을 높이는 일에 참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대기업의 안전관리 기준을 꼼꼼하게 점검하면 하청업체나 협력업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들을 점검해 노사정이 함께하는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조=중대재해법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정부당국에 대한 입장도 잘 알아야 한다. 노무, 형사, 부동산 등 문제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결국 협업을 잘하는 로펌이 중대재해에도 잘 대비할 수 있다. 율촌은 중대재해 업무를 구성하는 노동, 부동산·건설, 송무, 형사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협업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곳이 로펌이고, 그 중에서도 율촌은 '컴플라이언스 고도화'를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율촌 중대재해 공동센터장인 조상욱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율촌에서 재직 중이다. 노동 팀장을 맡아 내부조사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회사 경영 및 M&A 등 구조조정 과정상의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법, 기간제근로자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관련법령 해석에 관한 자문과 해고, 임금, 불법파견 등 노사분쟁에 관한 소송수행, 그리고 퇴사 협상 등의 업무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센터장인 박영만 변호사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주된 업무분야로 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과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을 졸업했다.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서 진폐증 환자 진료와 벤젠, 미세분진의 독성연구를 진행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으로 재직했다.
정지원 고문은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1991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약 27년간 근무했다. 고용서비스정책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근로기준정책관 및 노사협력정책관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청장을 역임했다.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비정규직법 등 주요 노동법 및 노동정책 분야에 탁월한 전문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을 역임하면서 산업현장 노사문제 해결과 노사협력 증진에도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