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의 상태만을 확인하고 자신의 전화번호나 주소 등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을 채 현장을 떠났다가 뺑소니로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인천시 부평구의 한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앞에 멈춰 서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SUV 운전자는 사고 후 피해 차량의 운전자 B(39)씨의 상태를 보긴 했지만, 이내 사라졌다.
B씨는 A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집에 있다가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43%였다. A씨는 과거 3차례 음주운전 처벌 전력도 있었다.
A씨는 "옷이 비에 젖어 갈아입으러 집에 갔고 술은 사고 후 너무 떨려 마셨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다. 또 사고 직후 B씨에게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는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말에는 인천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6살 여아를 친 뒤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 번호만 알려주고 사라진 50대 운전자가 뺑소니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운전자는 재판에서 "피해자를 (옆에 있던) 친언니에게 인계하고 갔기 때문에 도주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고 봐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 3항에 따르면 '뻉소니'는 피해 운전자가 다치거나 숨진 사실을 알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 누가 사고를 냈는지 알 수 없게 된 경우를 말한다.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괜찮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웬만해서는 구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인천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3일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이 크게 불편하지 않아 보이고 외상도 없다고 해서 구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해 그냥 가면 뺑소니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법원 판례가 그렇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