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무보수·비상근 상태라 취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 사실상 편법경영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가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20일 출입기자단에 '취업제한 관련 참고자료'를 공개하며 박 장관 발언을 뒷받침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박 장관의 발언이 특정경제범죄법 취지를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전날 이 부회장 취업제한 논란에 대해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 범위 내에 있다"고 언급했다.

참고자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업승인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 회장은 앞서 특가법상 배임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에 5년을 확정받았는데, 이후 집예유예 기간에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경고'를 받았다. 이에 법무부에 승인 요청을 냈지만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는 당시 박 회장이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취업제한의 목적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 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을 행사하거나 향유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인데 박 회장이 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다.

법무부는 이날 "판결 당시 박 회장은 기업의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였다"면서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은 상법 및 회사 정관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대표이사 또는 등기이사의 영향력·의사 집행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우,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으나 미등기 임원으로 박 회장의 케이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또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의 차이에 대해 기존 판례를 들면서 "(정식) 선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박 장관 발언은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이 손쉽게 경영에 복귀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애초 이 부회장과 같은 재벌 총수 입장에서 상근 및 등기 여부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 및 영향력과 비교할 때 지극히 부차적인 문제"라며 "오히려 문제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쉬운 비상근이나 미등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급여 형태의 보수를 포기하는 대신, 회사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더 큰 경제적 이익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면서 "(박 장관 발언대로라면) 취업제한의 규범력이 미치는 재벌총수나 지배주주인 경제범죄자는 십중팔구 무보수·미등기·비상근을 선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