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 뒤에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증여 관련 소송 건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가 늘어난데다, 현행 민법상 규정돼 있는 자식의 범죄행위나 부양의무 불이행 등 '증여 해제' 조건이 대폭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민법 제556조와 제558조를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민법 제556조에는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해 범죄 행위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같은 법 제558조에는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로 돼 있다.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처럼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증여 해제' 조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했지만 자녀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아 생계의 어려움을 겪거나 자녀에게 학대를 받더라도 재산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또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건 사실상 수증자 책임이라는 점에서 해당 법 조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 이렇게 돼야 하는게 맞다. 실제로 재산을 줬는데 연락도 안 되는 자녀도 굉장히 많다"면서 "그런데 한 번 주고 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연로한 부모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는 불효·패륜 등 수증자의 망은행위를 근절하고 증여자의 증여 의사를 존중해 이미 증여한 부분에 대해 반환청구 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가 제출한 연구용역 제안 요청서를 보면 "망은(忘恩) 행위 시 증여자의 반환 청구권을 보장하는 민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부동산 업계 등에서는 해당 조항이 개정되면 부동산 상속보다 증여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파느니 물려주자'는 다주택자들은 발 빠르게 증여를 마친 경우가 많다"면서 "혹시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까 봐 증여보다 상속을 택하던 부모들도 '불효자 방지법'이 제정될 경우 증여가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양도소득세율 및 종합부동산세율을 크게 높이면서 다주택자들에 대해 과세를 높인 것이 증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은 지방세 포함 최대 82.5%에 달했고, 종부세도 최대 2배까지 올랐다. 이에 반해 증여세율은 10~50%에 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어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양도하는 것보다 증여가 세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5%에서 지난해 14.2%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법조계에서는 증여해제 범위 자체를 넓힌다는 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커지는데다, 증여자에 부양의무가 있다는걸 법적으로 입증해야 했던 부모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면서 양측간 소송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증여 해제와 관련해) 지금 요건으로는 거의 소송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범죄행위나 망은행위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 법원이 판단해왔는데, 증여해제를 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넓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행위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부모가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상 증여를 하는 수증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면서 "법원도 그동안 망은행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요건으로 들여다봤는데, 이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