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57) 원정대장. /대한산악연맹 제공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으로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개를 완등하고 내려오던 중 실종된 김홍빈(57) 원정대장의 아내는 22일 "숱한 난관을 이겨낸 강한 사람으로 반드시 귀환하리라 믿는다"며 조속한 수색을 요청했다.

김 대장의 아내는 이날 오후 광주시 장애인체육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울먹이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후배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의식이 명확하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현재 상황이 좋지 않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 기상이 나빠졌는데 오늘 좋아졌다"며 "(추락 지점인) 중국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면 (구조가) 완료된다"고 했다. 이어 "중국 지역이라 승인 없이 못 가는데 외교부, 정부 관계자, 파키스탄 정부가 수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외교부 요청으로 파키스탄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 2대가 브로드피크(8047m) 인근 도시 스카르두에서 대기 중이며 전문 등산대원과 의료진이 포함된 중국 연합 구조팀이 전날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 현지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조난 후 나흘째인 이날 구조 헬기가 뜨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장은 브로드피크 등정 후 하산하던 지난 19일 0시쯤(현지 시각)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를 통과하다 조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오전 5시 55분쯤 한국에 위성 전화로 구조를 요청했고 오전 11시쯤 러시아팀이 로프와 등강기(고정된 줄을 타고 오르는 등반 장비)를 내려 보내 김 대장을 끌어올렸지만 줄이 끊겨 더 깊은 곳으로 추락했다.

김 대장이 구조 요청을 한 위성 전화 신호는 중국 영토에서 잡혔다. 김 대장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산악인 후배 조벽래씨는 이날 "힘든 목소리였지만 의식이 명확하고 판단 능력이 명확했다"고 했다. 김 대장이 "주마 2개가 필요하고 무전기가 필요하다"며 "(위성 전화 배터리가) 충분하다"고 말했다는 게 조씨 측 설명이다.

김 대장은 1983년 대학 산악부를 시작으로 1991년 북미 매킨리(6194m) 단독 등반 중 사고를 당해 동상을 입고 열 손가락을 절단했다. 그는 2009년 남극 빈슨 매시프(4897m)에 올라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등정했고 장애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기록했다. 김 대장은 2015년 브로드피크에 도전했으나 7600m 지점에서 악천후로 하산했다. 지난해 코로나로 등정을 미뤘다가 이번에 정상 등정 후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