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인 bhc가 경쟁업체인 BBQ를 상대로 낸 535억여원 규모의 상품 공급대금 등 청구 소송 2라운드가 시작됐다.
BBQ와 bhc의 법정 싸움은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와 김앤장이 각각 소송을 대리하면서 로펌 간 자존심이 걸린 대결로도 불린다. 1라운드는 재판부가 "BBQ가 bhc에 29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면서 bhc가 1승을 가져갔다.
항소심에서도 김앤장과 화우가 각각 bhc와 BBQ의 소송대리를 맡았다. 다만 김앤장은 1심의 변호인단을 유지한 반면, 화우는 대거 교체했다. BBQ는 지난 1월 상품 공급대금 청구 소송을 비롯해 bhc와의 또다른 소송전도 연달아 패소하면서 로펌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화우가 4년 넘게 재판을 진행한 만큼 '선수'만 바꾸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역전을 노리는 화우와 이를 막으려는 김앤장이 대결하는 상황에서 BBQ와 bhc 간 계속되는 고발·소송전까지 겹치면서, 항소심 첫 재판에서부터 '신경전'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달 27일 서울고법 제4민사부(이광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변론기일 재판에서 BBQ 측은 "검찰 조사 결과 bhc 직원들이 BBQ 내부정보를 부정취득했다고 볼 수 있는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며 항소심 재판에서 이를 재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hc 임직원들이 BBQ 내부전산망에 접속해 정보를 취득한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기록 등을 증거로 신청했고, 수사기록에 나온 인사들에 대해서도 증인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반면 bhc 측은 "4년간의 수사기록이 이미 방대한데 계약해지 통고서에 나온 사유까지 항소심에서 추가하다보니 기존 3개에서 수십개가 됐고, 수사기록까지 포함하면 수백개가 될지도 모른다"며 "이에 대한 반박은 수사과정에서 이미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으로 끝났는데, 항소심에서 또 하는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BBQ측이 반박하고 나섰다. BBQ측은 "불기소결정문을 보면 (bhc가 가져간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해서 안 된 것"이라며 "자료 등을 보면 부당한 정황이 많았고, 이로 인해 신뢰관계가 훼손된 것이다. 단순히 계약해지통고서에 명시된 3가지 사유만으로 (계약해지의) 적법성을 판단하자는 것은 법리에 반하는 주장"이라고 따졌다.
양 측의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장은 "두회사 오너들끼리 여러 감정이 많겠지만, 양측 대리인은 차분하게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BQ 측에서 의견서를 제출하면 양측이 협의해서 증거채택 여부 등을 정하도록 하자"고 했다.
당초 BBQ는 과거 자회사였던 bhc를 2013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bhc와 최단 10년, 최장 15년동안의 상품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번 소송전은 BBQ가 bhc측과의 물류용역 및 상품공급 계약을 2017년에 파기하면서 불거졌다. bhc 직원들이 BBQ 내부전산망에 불법적으로 접속해 신메뉴 개발정보 등 영업비밀을 불법으로 취득했다며 신뢰관계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bhc는 BBQ가 10년동안 소스 등을 공급하기로 계약하고는 일방적으로 해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535억원의 상품공급대금 등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BQ가 계약해지의 핵심 사유라 주장한 내부정보 부정취득 여부에 대해 bhc 임직원들의 내부전산망 접속 사실은 인정되나 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했는지 등은 증거가 부족해 판단할 수 없다며 bhc의 손을 들어줬다. BBQ에서 bhc로 옮긴 직원들의 노트북에서 BBQ 신제품의 개발 관련 보고서들이 발견됐으나 이직 전 저장해 둔 문서로 빼돌린 것이 아니며, BBQ가 유출 의혹을 제기한 정보들은 원료 공급 협력업체로서 bhc가 정당하게 획득한 정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지붕 두가족'이었던 두 업체는 최근까지 고발·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bhc는 지난 4월 "윤홍근 BBQ 회장이 BBQ와 관련 없는 개인 회사 '지엔에스하이넷'에 회사 자금 약 83억원을 대여하게 해 손해를 끼쳤다"며 윤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성남수정경찰서에 고발했다.
또 박현종 bhc 회장은 2015년 7월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사무실에서 BBQ 전·현직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2차례 접속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박 회장이 사용하던 핸드폰으로 촬영한 BBQ 서버주소의 ID, 비밀번호 사진파일이 발견됐고, BBQ 서버 포렌식 결과 로그인 이력에서 bhc IP가 찍힌 접속이 274회 이뤄졌다"며 "타인의 ID를 도용한 것을 처벌해야 하며, 부정한 수단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bhc는 2014년 BBQ가 매각 협상 당시 가맹점 숫자를 부풀렸다며 2014년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재판소(ICC)에 제소하는가 하면, BBQ는 2018년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bhc를 상대로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두 회사의 다음 항소심 공판은 다음달 8일 열린다. 이와 별개로 bhc가 BBQ를 상대로 낸 2360억원 규모의 물류용역대금 청구소송 1심 재판도 오는 9월 재개될 예정이다. 직전 재판은 지난 2일 열렸다.
BBQ 측은 1심에서 다루지 못했던 검찰 압수수색 자료들을 최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재판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