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일러스트.

교통사고로 이전에 있었던 장해가 악화돼 노동능력을 상실했다면 손해배상금 계산시 이를 먼저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B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사가 A씨에게 3억7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31일 밝혔다.

대학교 수학 강사로 일하던 A씨는 2017년 4월 서울 송파구 도로에서 횡단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초점성 뇌손상,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B사는 사고를 낸 D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사다.

법원은 D씨가 전방과 좌우를 잘 살펴 보행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했다며 보험자인 B사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했다. 다만 A씨가 차량통행이 많은 편도 4차로의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라 B사의 책임은 70%로 제한했다.

1심은 일실 수입(사고로 근로 능력을 상실해 잃어버린 장래 소득) 1억7400만원, 향후 치료비 1억700만원, 개호비(돌봄비용) 4억3800만원 등에서 공제액을 제외한 5억28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B사에 선고했다.

2심에서 B사는 A씨가 사고 이전에 뇌출혈로 수술받았던 점 등을 언급하며 뇌손상이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사고로 인한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60%로 판단했는데, 0%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퇴원 당시 치료결과 '경쾌'로 평가받고, 혼자 도로를 걸을 수 있었던 점 등을 보면 이번 교통사고로 의식장애, 사지마비 등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해 일실수입 1억7400만원을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A씨가 과거 병력(기왕증)이 있었고 이번 교통사고로 인해 악화된 만큼, 향후 치료비나 개호비 등을 계산할 때는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심은 기왕증 기여도 40%를 반영했고, 이로 인해 B사가 부담할 치료비는 1억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개호비는 4억3800만원에서 3억54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B사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5억2800만원에서 3억7100만원으로 감소했다.

B사는 기왕의 장해로 인한 일실 수입비도 재산정해야 한다며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9월 급성 뇌출혈로 입원치료를 받은 후 몸이 불편해져 장애인등록 신청 등을 위해 2017년 3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검사를 받았다. 사고 전에 나온 임상심리 검사 결과 A씨는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심하게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보호자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등의 판단을 받았다. 또 대한의사협회장은 A씨가 교통사고 전에 뇌출혈 후유증으로 100%(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 두부․뇌․척수편 IX-B-4항)의 노동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도 법원에 보고했다.

대법원은 "교통사고 이전에 기왕의 장해가 있었고 그로 인해 노동능력이 정상인과 비교해 어느정도 상실됐는지 먼저 심리해 확정한 다음, 교통사고 후 노동능력상실률에서 기왕의 장해로 인한 상실률을 빼는 방법으로 산정했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기왕의 장해로 인한 상실률을 확정하지 않은 채 노등능력상실률 100%에서 기왕증 기여도로 40%만을 빼 교통사고로 60%의 노동능력을 잃었다고 판단했다"며 "마치 A씨가 교통사고 이전에는 노동능력을 전혀 잃지 않았던 것처럼 일실수입을 계산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