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지검장을 둘러싼 논란이 분분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자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장을 맡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29일 추천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모두가 합의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을 후보군에서 제외하는데 9명의 추천위원 모두가 동의했다는 의미다.

추천위 결과를 전해 들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키는 것을 추천위원들이 부담스러워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후보군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 다른 친여 후보가 들어간 만큼 이 지검장을 추천해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여 검사로 평가된다. 검언유착 사건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사태 등에서 검찰 내부의 의견을 묵살하고 여권의 뜻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전 총장에게 한 번 크게 데인 청와대가 이 지검장을 선호한 이유기도 하다.

이번에 뽑히는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에도 자리를 지킨다. 정권이 바뀌면 각종 수사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청와대가 친여 검사인 이 지검장을 무리해서라도 뽑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추천위의 선택은 달랐다. 친여 검사로 꼽히는 김오수 전 차관을 후보군에 포함시키면서도 이 지검장은 탈락시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돼 기소 위기에 몰린 것이 컸다는 평가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수사를 막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팀은 이미 기소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하자 수사팀이 편향됐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까지 요청했다.

이런 선택이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에 오르는 데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추천위원으로 참석한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며 “특정 정치 편향성이 높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발언은 이 지검장을 겨냥한 것으로, 추천위가 열리기도 전에 이 지검장은 결격이라는 발언이 추천위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추천위원 전원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뽑은 것으로 미뤄볼 때, 이 회장을 비롯해 몇몇 추천위원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 지검장을 뽑기는 추천위 입장에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이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도 추천위로서는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후 검찰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면 검찰총장 후보가 재판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받는 검찰총장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꼬리표가 붙는 걸 누구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원지검 수사팀 입장에선 자칫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남아있어 수사팀이 그대로 기소 의견을 밀어붙일수 있을지 미지수다.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는 탈락했지만 올 하반기 인사에서 중앙지검장에 유임되거나 서울고검장으로 갈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