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극한 갈등'의 저자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

LA의 미라클마일 지구에는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죽음의 함정이 존재한다. 검은색 호수인 타르 웅덩이에는 300만 개가 넘는 동물 뼈가 묻혀있다. 아스팔트 덩어리에 빠져 죽은 동물의 사체가 다른 짐승을 불러들여 그 수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났다.

타르 웅덩이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재앙의 함정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갈등 전문가 아만다 리플리는 갈등이 점점 고조되어 특정 지점을 지나면 이 타르 웅덩이처럼 된다고 지적한다. 이름하여 고도 갈등이다.

건전한 갈등은 뭔가 진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고도 갈등은 그 자체가 목적지다.

정치적 양극화, 이혼, 이웃 간의 층간소음 분쟁, 노동 쟁의에 이르기까지… 옴짝달싹할 수 없는 고도 갈등의 풍경을 보라. 문제는 교착 상태! 시야가 좁아지면, 상대를 악마화하고 결국 가장 소중한 것에 해를 입힌다. 가족이든 나라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노련한 갈등 전문가는 경고한다. “충돌이나 슬픔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갈등이 고도 갈등으로 변하면 마음의 집을 태워버립니다. 당장 원하는 대로 되고 짜릿한 도파민이 분출된다고 해도, 곧 양육권 분쟁, 무례한 방문, 폭력, 비방전 등이 뒤를 잇습니다. 고도 갈등에 승자는 없어요.”

아만다 리플리가 쓴 ‘극한 갈등’에는 고도 갈등을 건전한 갈등으로 변화시키는 패턴과 다양한 해법이 등장한다. 책에는 40년 관록의 중재 변호사 게리 프리드먼이 지역 정치에 관여하면서 고도 갈등의 함정에 빠진 상황이 나온다. 게리는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놀랄만한 행동을 한다. 오래된 정적들에게 찬성표를 던져, 시스템을 흔든 것. 게리의 고백은 매우 시사적이다.

“저는 옳고 그름보다 무엇이 더 생산적인 방법일까로 관심을 옮겼습니다. 40년의 중재 경험에 따르면 내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이 사례에 영감받아 나또한 최근 개인적인 고도 갈등에서 극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극한 갈등’의 저자 아만다 리플리를 인터뷰했다. 아만다 리플리는 맬콤 글래드웰 등 최고의 언론인에게 수여되는 ‘타임’지 매거진어워드를 두 번 수상했다. 테러에서 허리케인, 산불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재난과 갈등을 다뤘다.

"갈등은 인간이 처한 조건의 깊은 곳에 숨은 독특한 신비죠."

-고도 갈등은 무엇입니까?

“고도 갈등은 선과 악의 구도, 우리와 그들 간의 경계를 긋는 갈등입니다. 모든 관계가 대결의 양상을 띠고, 시간이 갈수록 나의 우월성과 상대의 미스터리가 커지죠. 그들이 하는 말은 전부 위험하거나 제정신이 아니거나 무지한 소리로 들립니다.

사실 우리는 싸우려는 본능만큼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도 간절해요. 하지만 고도 갈등의 노예가 되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갈등의 제물로 바치게 됩니다. 돈과 피, 우정 등 모든 면에서 큰 대가를 치르죠”

-건전한 갈등과 어떻게 구별되나요?

“갈등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겪는 마찰 즉 건전한 갈등은 우리를 더 나은 상태로 이끕니다. 스트레스와 분노를 동반하지만, 자존감이 꺾이진 않아요. 반면 고도 갈등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듭니다.”

-남보다 유난히 더 자주 갈등에 빠지는 사람이 있나요?

“네. 갈등 형 성격의 소유자가 있습니다. 파국적 사고에 쉽게 빠져들고 무엇보다 남 탓을 많이 하죠. 하지만 특정 상황에 내몰리면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고도 갈등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런던 킹스칼리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중에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사 대상인 28개국 2만 3천 명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델만 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인은 언론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어요.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일수록 갈등 수준은 높아집니다.”

-미국의 갈등 양상은 어떤가요?

“미국도 만만치 않습니다. 2020년 5월, 46세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9분 동안 목이 짓눌려 죽었어요. 격렬한 사회적 반응은 정책 변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경찰과 시위대가 부딪혔고, 폭력은 더 큰 폭력을 정당화했습니다.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그야말로 고도 갈등의 악순환입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의 방화로 미니애폴리스의 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선거 결과를 놓고 친구나 가족과 대화가 단절된 미국인도 무려 3천800만 명에 이릅니다. 뉴스를 피하는 사람, 뉴스에 몰입해 격분하는 사람이 늘어만 가죠. 수많은 합의를 이뤄낸 전통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는 상대 진영을 인간 이하로 봅니다. 유럽도 다르지 않아요. 절반 이상의 유럽인은 10년 전에 비해 관용 정신이 후퇴했다고 느끼고 있어요.”

아만다 리플리는 고도 갈등은 이제 이 시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되었다고 탄식했다.

-한 사회의 갈등 정도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요?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세요. 우리 사회는 ‘다른 편’의 고통을 즐기는가? 갈등을 묘사하기 위해 언론이 거창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는가? 음모론이 존재하는가? 갈등을 끝내기 위한 말과 행동이 대체로 그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가?”

-우리는 왜 점점 더 서로를 괴물로 보게 되었을까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어요. 증오도 일종의 증상입니다. 고도 갈등에 대한 증상. 그리고 고도 갈등은 일종의 시스템이죠. 적대적인 법률체계, 정치 뉴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런 시스템이 고도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주식 시장, 거대한 갈등 산업복합체가 탄생했죠.

주변을 둘러보세요. 갈등이 반복된다면 분명 당신 주변에 그 갈등의 촉진자들이 있을 겁니다.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케이블 방송과 SNS를 줄이고, 이혼을 앞둔 부부라면 싸움을 붙이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여야 합니다.”

그는 ‘극한갈등’ 책에서 고도 갈등에 빠졌다가 탈출한 여러 인물을 소개한다. 갱단의 일원이었다가 어느 날 아들의 졸업식 노래를 듣고 마약 운반책에서 빠져나온 커티스, 반군 게릴라로 정부군에게 쫓기다 언니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 산드라…

그러나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사례는 냄비 하나로 치고받고, 레고 장난감 한 세트를 양보 못해 교착 상태에 빠진 이혼 법정의 부부들이었다.

뛰어난 중재 변호사 게리 프리드먼의 사무실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갈등의 덫에 빠져 제자리를 맴도는 우리 모두의 ‘속사정’을 거울처럼 반사하고 있다.

레고 장난감 한 세트를 양보 못해 교착 상태에 빠진 이혼 법정의 부부들도 있다.

게리는 40년간 2천 쌍의 부부를 중재했다.

그는 질문을 통해 각자 불만에 가려 보지 못하던 소중한 것을 대면하도록 도와준다. 냄비를 서로 가져야겠다고 싸우면 그 냄비가 왜 중요한지를 질문해 간다. 돈 때문에 양보 없이 싸우는 것 같지만, 그 액수의 의미를 파고들어 가면, 각자의 고통과 소망이 보인다.

그리고 눈을 감고 10년 후 각자가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해보라고 한다. “원하는 것을 얻을 경우, 인생에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이죠?” 게리의 결론은 설득력이 있다.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해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성경은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갈등 촉진자는 매우 우려스럽더군요. 그들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지요?

“한탄을 내뱉을 때마다 맞장구를 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누군지 보세요. 이런 사람이 눈에 띄면, 심리적 물리적으로 멀리하세요. 갈등 촉진자는 어디에나 있어요. 가장 친한 친구, 형제, 동료가 갈등 촉진자가 될 수도 있죠.

갈등 촉진자는 대개 내 삶에서 중요하고 집단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주요 인물일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갈등 촉진자를 인식하고 그의 감정이 ‘나의 감정’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실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람은 너무도 쉽게 서로를 악마화할 수도 반대로 협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밀한 가이드 '극한 갈등'.

-고도 갈등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좀 더 주도적인 해법은 없습니까?

“최고의 해법은 경청입니다. 게리 프리드먼이 제게 그러더군요.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듣는 척 연기하는 것은 다르다고. 사람들은 남에게 이해받기를 너무나 갈망합니다. 상대가 내 말을 듣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마법이 일어나요.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기까지 하죠.

타르 웅덩이를 빠져나오려면 진짜 들어야 해요. 비록 사실과 다른 말을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들어주는 것만으로 갈등의 악순환은 멈출 수 있습니다. 들은 후 이게 맞는지 재확인 과정을 꼭 거쳐야 합니다. 들은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을 정확히 표현해주면 상대의 눈빛이 달라질 거예요. “맞아요! 그거예요!” 그게 바로 이해의 순환고리죠.”

경청하고 내용을 재확인하는 습관은 건전한 갈등을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아만다 리플리는 이 훈련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소통에도 환상이 있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놓고 그렇게 했다고 착각하는 거죠. 문제는 우리는 자신의 욕망조차 정확히 모른다는 겁니다. 스스로의 위선조차 깨닫지 못하죠. 그뿐 아닙니다. 인간은 화를 낼 때 두뇌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영역이 자동으로 멈춰요. 그래서 제3의 중재자가 필요해요.”

-갈등 전문가인 당신도 고도 갈등에 빠진 경험이 있습니까?

“물론이죠. 저는 미국 사회에서 갈등이 가장 첨예한 현장인 교육 분야를 오래 취재했어요. 수많은 공격을 받아봤지만 가장 저속한 욕설이 담긴 것은, 교육 개혁에 관해 쓴 제 기사에 한 교사가 보낸 메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제 무의식에는 갈등을 무난하게 넘겼던 유년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많이 다투셨는데, 그때마다 저는 방 안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았어요. 놀다 보면 어느새 갈등은 가라앉고 집안은 평화로워졌죠. 갈등에서 한 발짝 물러나 관찰하려 했던 그때의 습관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 <혹성탈출> 촬영장에서도 침팬지와 고릴라를 연기한 배우들은 끼리끼리 모여 점심을 먹었다.

-저 또한 글을 쓰는 기자이기에 ‘훌륭한 기사는 양극의 갈등이 아니라, 복잡한 이야기에서 나올 때가 더 많다’는 당신의 통찰이 반가웠어요. ‘독자들이 복잡성을 반긴다’게 사실인가요?

“저는 전적으로 확신해요. 복잡함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능력을 언론은 과소평가했어요. 입체적인 앵글의 뉴스는 신선하고 놀랍고 더 진실해요. 뉴스가 그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뉴스보다 더 복잡 미묘한 허구의 TV쇼를 소비하고 있지요!

저는 묻고 싶어요. 저널리즘은 현실 세계에서 그러한 복잡성을 포착할 수는 없는 걸까요? 모든 갈등이 다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복잡한데 말이죠.”

-혹 그런 입체적 르포르타주로 정치 진영 간의 양자 구도를 완화할 수는 없었나요?

“기자로서 저는 정치 양극화를 여러 방식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기사를 써도 누구도 생각을 바꾸지 않더군요. 모든 문제는 진영이라는 색안경을 투과했어요. 양자 구도는 뿌리가 깊어요. 영화 ‘혹성탈출’ 촬영장에서도 침팬지와 고릴라를 연기한 배우들은 끼리끼리 점심을 먹는 걸 편안해했다죠.

하지만 선택이 복잡해지면 이분법은 힘을 잃을 수 있어요. 국민투표도 ‘예 아니오’ 말고 ‘무의미하다부터 위험하다까지’ 다양한 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정당이 다양한 이슈에 따라 동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편과 상대편 사이의 경계를 흐리면 갈등이 일어나도 건전하게 관리할 수 있죠.

일례로 ‘타임’지에서 일할 때 저를 포함한 작가 집단은 글을 다듬는 편집자들을 무시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그들의 일을 우리가 대신하게 되면서 그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역할을 바꿔보니 진영 구분이 모호해지더군요.”

-저는 NASA의 우주인들조차 시뮬레이션 임무 때마다 지상팀과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주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이지요?

“지상 통제팀과 공중팀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압력을 경험하는 두 그룹입니다. 우주에서 얻은 핵심 교훈은 이거예요. 문자나 이메일 등 메시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항상 실시간으로, 육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다.

우주에서는 힘들어도 지구에서는 가능합니다. 저마다 감정의 중력이 다르겠지만 차이를 좁히려면, 할 수 있을 때마다 육성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저마다 감정의 중력이 다르겠지만 차이를 좁히려면, 할 수 있을 때마다 육성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게리, 빌리, 커티스, 마크 라이너스, 산드라... 책에 등장하는 당신의 취재원 중 특별히 더 큰 영감을 준 사람이 있나요?

“저는 갱단원이었던 커티스의 이야기에서 큰 영감을 얻었어요. 그는 다른 갱단원과 싸우다가 총에 맞을 정도로 고도 갈등을 겪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성가대에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타르 웅덩이에서 나가기로 결심합니다. 아들과 자신의 미래가 얼마나 깜깜한지 보였기 때문이죠.

갈등 상황에 빠졌을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커티스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 있어’.”

-고도 갈등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지요?

“그들은 모두 높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포화점을 놓치지 않았어요. 포화점이란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이득보다 더 커지는 지점을 말합니다. 너무 지치면 어느 순간 포화점(Saturation point)이 오지요. 일종의 해탈 상태라고나 할까요.”

-포화점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까?

“아니요. 포화점은 반드시 깨닫고 붙잡아야만 알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 버립니다. 이를테면 부모님과 너무 심하게 다투다가 이대로는 더 안 될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죠? 그 느낌이 바로 포화점입니다.”

이 포화점이 고도 갈등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최근 고도 갈등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포화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서로 의견이 달라도 고도 갈등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동조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늑대가 마을의 농작물을 해칠 때 환경론자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의견 대립이 일어났어요. 그들은 서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어요. 다만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죠.

입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긴 겁니다. 낯선 외국어 학습하듯, 낯선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요. 서로 적이 아니라는 안전 신호 속에서, 서식지에 집라인을 설치해서 관광 상품화하자는 재미난 아이디어도 나왔어요.”

-우리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인가요?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생각에는 ‘내가 옳고 당신은 그르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늘 내가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설득하려고 하나요? 이제는 제발 소셜미디어에 그런 글을 올리지 마세요. 그런 행동은 역풍을 불러옵니다. 남을 설득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하려면 경청해야죠.”

-갈등을 연구하기 이전과 이후 당신은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명상하는 습관과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습관이 새로 생겼습니다. 명상하면 갈등 상황을 마음속으로 재평가할 수 있어요. ‘정신적, 감정적 발코니’로 물러나 갈등 상황을 조용히 바라보죠. 상상의 발코니는 고요하고 자기 절제가 가능하며, 오로지 이 관계의 진정한 목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양한 논조를 읽으세요. 복잡성은 전염돼요. 호기심도 전염되죠."

-마지막으로 갈등의 극한 지점을 오가는 한국인들이 좀 더 현명하게 이 시기를 지나가기 위한 일상적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결혼 연구의 권위자인 가트맨 박사는 수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 ‘경멸적 언어를 쓰는 부부는 99% 이혼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싸움의 횟수와 상관없이 그렇습니다. “경멸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황산을 뿌리는 것과 같다”고요.

언어가 중요합니다. 범주라는 영어 단어는 비난이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했어요. 저는 무심결에라도 젊은 기자들을 험담하면서 다른 언론인과 유대감을 강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다른 사람들을 한데 묶어서 ‘그들’ ‘저 사람들’이라고 부르지 않으려고도 조심하죠.

역사를 통해 얻은 큰 교훈이 있다면 사람은 너무도 쉽게 서로를 악마화할 수도 있고 반대로 협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죠. 스스로 갈등 촉발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세요. 다양한 논조를 읽으세요. 복잡한 글을 읽은 사람은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복잡성은 전염돼요. 호기심도 전염되죠. 갈등이 극한에 달했다고 할지라도 더불어 살아가려는 태도가 있으면, 갈등은 반드시 극복됩니다.”

#고도 갈등 예방 가이드 1 좋은 중재자를 만나라. 2 양자 구도를 완화하라. 3 갈등의 불쏘시개들을 멀리하라. 4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라. 5 경멸의 언어를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