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를 둘러싼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승오 박사 등에게 2심 무죄가 선고됐다. 2016년 1심에서 벌금형이 내려졌던 판단이 약 10년 만에 뒤집힌 셈이다.
서울고법 형사6-3부(이예슬·정재오·최은정 고법판사)는 4일 양 박사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피고인 5명도 허위 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등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피고인 1명은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배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건의 출발점은 박씨의 병역 판정 과정이었다. 박씨는 2011년 8월 공군 훈련소에 입소했지만, 그해 9월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귀가한 뒤 재검을 거쳐 '추간판 탈출증' 진단으로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2년 1월부터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박씨는 같은 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 신체검사를 받으며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촬영을 진행했다.
당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이던 양 박사 등은 공개 신체검사 이후에도 "MRI가 바꿔치기됐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박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박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양 박사 등이 "박씨가 병역 비리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퍼뜨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박 전 시장의 낙선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공직선거법 위반)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2월 "MRI 촬영 과정에 대리인이 개입하지 않았고, 세브란스병원의 공개 검증도 본인이 진행한 사실이 명백하다"며 병역 비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촬영 자료 속 인물이 박씨와 신체적 특징이 다르다는 피고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결론을 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박사 등이 자신들의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크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공개 신검이 병역 비리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절차였음에도,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의혹 제기자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MRI 공개가 진행된 이상, 촬영 자료의 피사체가 박주신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수사와 재판을 통해 대리인 개입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들이 기존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촬영 자료의 인물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고 추가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허위사실 공표나 후보자 비방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