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전후해 우리나라 젊은 대장암 환자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발병 원인은 다양하지만, 과당이 많은 음료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서울아산병원 융합연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젊은 대장암 환자 발병 추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선비즈

대장암 분야 권위자인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1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장암 환자의 연령대가 50세 미만으로 낮아지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한국에서도 유병률 3위 암이다. 최근 국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20~49세 조기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4.3명으로, 조사 대상 5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김 교수는 "최근 '저속 노화(slow aging)' 바람으로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이 유행하고 있는 데, 이 역시 특정 장내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해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층에서 대장암 발병 원인의 70%가 고지방·저섬유 식습관, 가공육 섭취, 비만, 운동 부족, 흡연 등 환경적 요인"이라면서 "생활습관 등을 고치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젊었을 때부터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 세계적으로 젊은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40~50대 대장암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논문과 국가 통계, 의료기관 데이터를 통해서도 일관되게 관찰되고, 진료 현장에서도 분명히 체감하고 있다.

아산병원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부터 70세 이상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대장암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을 전후로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국가 통계와 병원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40~60대 환자 비율이 2020년 약 20% 수준에서 최근 약 15%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40대 초반 연령층에서 대장암 환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인종 구성이 다양한 미국에서는 특정 인종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대장암 환자가 확인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젊은 대장암의 주요 특징은.

"젊은 대장암 환자의 약 70%가 좌측 대장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은 좌측 대장과 우측 대장의 구조와 기능, 발생 기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증상 양상에도 차이가 있다. 좌측 대장은 항문과 가까워 혈변이나 배변 시 통증 등 초기 신호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이를 단순한 치질이나 장염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신호를 놓치지 않고 증상이 있을 때 바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 발병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이 대장암 발병과 밀접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특히 가당 음료(설탕이 들어간 음료, 과당 음료 포함)가 대장암 발병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청소년기에 가당 음료를 자주 마시면 조기 대장암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인공감미료 음료나 커피, 저지방 우유 등으로 음료를 바꿀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제로 음료 등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제품 소비가 늘고 있지만, 젊은 층에서의 암 발생과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젊은 대장암과 인공감미료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장기적 관찰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단맛에 익숙해질 경우 장기적으로 비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 과음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대장암 발병 위험을 함께 높인다. 일주일에 한 잔 이하로 술을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대장암 발병 가능성이 2배 높다. 매일 술을 한 잔 마실 때마다 위험이 약 16%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1년 국제학술지 '거트(Gut)' 온라인판에 실린 미국 거주 성인 여성 간호사 9만5464명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하루 2잔 이상 설탕음료를 마신 성인 여성은 주당 1회 미만 마신 성인 여성에 비해 50세 이전 대장암(조기발병 대장 및 직장암) 발생 위험이 2배 높았다. 청소년기(13~18세) 시절 매일 1잔씩 섭취한 경우 50세 이전 대장암 발병 위험이 약 32% 증가했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었다.

2023년 국내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0~49세 성인 566만여 명의 건강 데이터 분석 결과, 하루 소주 1~2잔(또는 맥주 1~2캔)에 해당하는 중등도 음주자(하루 10~30g)는 경음주자에 비해 9%, 하루 소주 3잔 이상(또는 맥주 3캔 이상)을 마시는 과음자(30g 이상)는 조기 대장암 위험이 2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산=뉴스1) 공정식 기자 = 20일 오후 대구대 경산캠퍼스에서 열린 故 차수현 학생 명예학위증 수여식에 참석한 아버지 차민수 씨가 딸의 이름표가 붙은 벤치를 찾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교사를 꿈꾸던 차 씨는 지난 6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남겼다.2024.9.20/뉴스1
전 세계적으로 20~40대 젊은 성인들에게 대장암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픽사베이

─젊은 대장암 환자의 경우 증상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

"젊은 연령층의 암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젊은 환자들은 증상 발생부터 진단까지 평균 4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50세 이상 환자는 약 2.5개월이 걸린다. 젊은 사람들은 '내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게 큰 이유다.

특히, 대장암의 증상(복통, 혈변, 배변 습관 변화 등)은 치질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과 유사해 오판하기 쉽다. 바쁜 사회 생활로 병원 방문이 늦어지기도 한다. 젊은 환자의 암이 생물학적으로 더 공격적 성향인지는 연구마다 견해가 엇갈린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대장암 치료 예후는 좋은가.

"대장암은 조기 발견 후 치료하면 결과가 매우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45세 이후부터 매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추천하고 있다. 50세 이상 남녀의 경우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진행하고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이중조영검사를 추천한다. 초기 대장암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검진이 필수적이다."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미국 워싱턴대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14만8724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생물학적 노화(biological age)와 조기발병 암(55세 미만 진단)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1965년 이후 출생자는 1950~1954년 출생자에 비해 가속 노화 위험이 17% 높았으며, 가속 노화 정도가 한 표준편차 증가할 때마다 조기발병 폐암 위험은 42%, 위장관암 22%, 자궁암 3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속 노화 현상이 조기발병 암 증가의 한 원인일 수 있다.

다만,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이 유행하고 있는 데, 이 역시 특정 장내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해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모든 암환자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 암환자는 심리적 압박이 더 크다.

"40대처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으면, 이를 받아들이는 데 심리적 충격이 더 크다. 우울증이나 경력 단절 위험도 커진다. 문제는 젊은 암환자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대장암 검진 대상이 50세 이상으로 돼 있어, 40대 이하 연령층은 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미국은 조기 대장암 환자 증가를 반영해 검진 시작 연령을 45세로 낮췄다. 국내에서도 위암과 유방암은 40세부터 국가검진이 제공되고 있는데, 대장암 역시 검진 기준을 45세 전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장할 필요가 있다."

─ 젊은 대장암 환자들의 치료 방식은 다른가.

"치료 원칙 자체가 다르지는 않다. 다만 젊은 연령층에서는 완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치료 전략을 쓴다. 최근 대장암은 유전자 검사 결과에 기반한 맞춤 치료 전략이 표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EGFR 유전자 변이가 없는 RAS 야생형이면서 좌측 대장암으로 진단된 환자에서는 세툭시맙과 같은 항 EGFR 항체 기반 치료제를 1차 치료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치료는 빠르고 깊은 종양 반응을 유도한다. 수술 여부는 전이 병소의 개수와 위치, 혈관 구조, 항암 반응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적 기준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경우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선행 항암치료를 병행해 수술 가능성을 높인다. 전이 양상에 따라 치료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전이 병변이 적고 수술이 가능한 위치에 있을 경우 즉시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지만, 병소가 많거나 복잡한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먼저 항암 치료로 종양의 크기와 개수를 줄인 뒤 수술을 고려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은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 속도와 종양 축소 효과다. 종양을 축소하면 수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전문과가 함께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가 필수적이다."

─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캠페인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암의 조기 진단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특히 혈변 등 대장암의 초기 신호를 쉽게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

젊은 암 환자들은 치료 외에도 경제적 부담, 경력 단절, 가임력 보존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병원 단위 또는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환자가 단순히 생존을 넘어서, 치료 이후의 삶까지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젊은 암이 반드시 더 공격적이거나 예후가 나쁜 것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돼 적절히 치료받으면 완치 가능성도 충분히 높다. 의료 현장에서는 젊은 층 대장암의 발병 원인 규명과 관련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