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을 처음으로 넘어선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시가총액 순위 변화가 아닌 시장의 평가 기준 변화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은 1등 기업의 교체라기보다 1등 프리미엄의 기준이 바뀐 사건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로 장을 마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뉴스1

앞서 지난 22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080조원으로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2066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은 2246조원으로 SK하이닉스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노 연구원은 이번 시총 역전의 본질이 기업 규모 변화가 아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의 자본효율 재평가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이익 규모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기보다 시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통해 형성된 자본효율의 지속성에 더 높은 값을 매기기 시작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프리미엄은 메모리·파운드리·모바일·가전·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른 삼성전자의 종합 플랫폼에 부여됐다"며 "반면 SK하이닉스의 프리미엄은 좁지만 고수익인 AI 메모리 병목에 붙는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시총 역전을 두고 과열 또는 버블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과거 메모리 업황에서는 높은 수익성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결국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버블 견해의 핵심은 시총이 역전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시장이 HBM의 차별성을 지나치게 영구화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15배로 2023년 이후 자기 역사상 ROE-PBR 회귀선 대비 3시그마(σ)를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선행 PBR은 2.64배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상황을 단순히 버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과거와 달리 HBM 시장이 높은 진입장벽과 공급 제약을 갖고 있어 수익성의 평균회귀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밸류에이션의 핵심 질문은 PER 10배의 적정성 자체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최근 급증한 이익이 과거 메모리 업황처럼 빠르게 꺾일지, 아니면 HBM 효과로 높은 수익성이 향후 2~3년간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후자라면 SK하이닉스의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 추월은 고점 신호로 단정하기보다 자본효율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시총 역전이 향후 시장 주도주 변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저평가 여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바꾼 것은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라며 "낮은 PBR보다 중요한 것은 높은 ROE가 유지될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할인 업종 가운데 앞으로 2~3년간 이익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PBR이 반등하며 ROE 지속 근거가 생기는 곳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