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거래량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투톱' 중심의 지수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반도체 관련 상품이 수익률을 쓸어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5억1427만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일 평균 거래량(6억9879만주) 대비 26.41% 감소한 규모이며 시장 전체적으로 거래가 줄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거래량도 모두 감소했다.
다만 두 종목이 차지하는 거래량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두 종목 거래량의 감소 폭이 유가증권시장 거래량 감소 폭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의 거래량 비중은 지난달 4.95%에서 이번 달 6.24%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0.89%에서 1.04%로 확대됐다.
이는 최근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거래가 몰리면서 우선주 또는 두 종목의 지분을 보유한 대형주의 거래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삼성전자 우선주인 삼성전자우의 경우 하루 평균 거래량 비중이 지난달 0.88%에서 이달 1.14%로 증가했다.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032830)과 삼성물산 비중도 같은 기간 각각 0.08%에서 0.11%, 0.12%에서 0.15%까지 확대됐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402340)도 0.15%에서 0.21%까지 커졌다.
반도체 대형주에 거래가 몰리면서 반도체 업종이 아닌 코스피 대형주의 거래량 비중도 축소됐다. 대표적으로 현대차(005380)의 경우 일 평균 거래 비중이 지난달 0.37%에서 이달 0.29%로 작아졌다.
특정 종목에 거래가 집중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그 관련주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이들 종목의 등락에 따라 지수가 급등락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코스피 시총 비중은 62.57%에 달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만큼 실적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대안 업종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반도체 비중 확대 전략은 합리적"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쏠림 현상에 대한 부담 및 지난주 코스피가 10% 넘게 폭등한 데에 따른 차익 실현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TF 시장에서도 반도체 상품과 비반도체 상품 간 수익률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익률 상위권을 반도체 관련 상품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19일까지 ETF 수익률 1~14위는 모두 반도체 관련 ETF였다. 1위는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로 31.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1.13%),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9.71%) 등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수익률 1~7위를 모두 휩쓸었다.
반도체 ETF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12~18일)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2477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대표 ETF인 'KODEX 200'(6813억원)에 이어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반면 미국우주테크와 이차전지 관련 종목을 담은 ETF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TIGER 미국우주테크'는 이달 손실률이 39.18%에 달했다. 'SOL 미국우주항공 TOP10'(-30.97%), 'KODEX 미국우주항공'(-24.38%) 등 관련 ETF들이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33.33%),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31.91%), 'TIGER LG그룹플러스'(-23.15%), '1Q K소버린AI'(-19.48%) 등 다른 비반도체 ETF들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평균 괴리율을 살펴보면 반도체·정보기술(IT) 관련 ETF는 양의 괴리율이 높고, 코스닥 및 고배당주 ETF는 음의 괴리율이 높다"며 "괴리율은 펀더멘털(기초여건)보다는 투자자의 선호도와 관련이 있는데 여전히 개인은 반도체 업종을 선호하는 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의 괴리율은 ETF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NAV)를 웃도는 상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