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1만포인트' 등정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18일 코스피 지수가 9000포인트마저 돌파하면서 1만포인트 달성을 눈앞에 뒀다. 이미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지수가 올해 1만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질주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힘입은 가계 자금의 머니무브를 꼽는다. 사실상 한국 증시의 체급이 달라지는 리레이팅(재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다만 1만 안착을 위해선 과제가 적지 않다. 반도체 투톱(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독주가 증시 급등을 견인한 만큼, 안정적인 1만피 안착을 위해서는 반도체 외 업종의 주가 상승과 주요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 전반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다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1만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9000포인트에서 1만2000포인트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JP모간·모간스탠리·노무라증권 역시 코스피 지수가 1만포인트를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산업 성장을 지탱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게 이런 전망의 주요 근거다.
국내 증권사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LS증권 등 리서치센터는 코스피 지수가 올해 사상 처음 1만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이익이 대폭 늘어나는 가운데 산업재·소비재 등 나머지 업종의 이익도 증가하고 있어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랠리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가계 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도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코스피 지수가 1만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한국 증시가 '레벨업한 체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도 상장사 실적 개선에 따른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2분기 실적 발표 시즌 이후 상장사 이익 '피크아웃' 우려가 커지거나 미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가 높아질 경우 우리 증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잠재적 복병도 적지 않다. 특히 시장의 상승 랠리를 지탱해온 반도체 섹터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는 증시의 뇌관이다. 실제 시장은 이미 몇 차례의 학습 효과를 거쳤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오픈AI가 "매출 성장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밝히자 'AI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기술주가 급락했다. 지난 5일에도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발표한 다음 분기 AI 관련 매출 전망(160억달러)이 시장 예상치(172억달러)에 미치지 못하자 글로벌 반도체주가 폭락했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경계심은 필요하다. 당장은 가계 자금이 대거 증시로 향하고 있지만, 주요국의 긴축적인 통화 정책으로 이 흐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일본 기준금리가 연 1%로 올라선 건 1995년 8월 이후 약 31년 만이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도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약 3년 만에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 이달 예금 금리를 연 2%에서 2.25%로 올렸고, 한국은행도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통화 긴축에 충격은 증시의 급격한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증시로 향하던 유동성 흐름을 단번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급등장에서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이 급증한 점은 부담 요인이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가 수익률을 높이지만 시장이 조정받을 경우엔 하락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