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기준 삼성전기 비중 초과 ETF 현황. /그래픽=정서희

올 들어 삼성전기(009150) 주가가 폭등하면서 이 종목을 담고 있는 국내 주요 상장지수펀드(ETF) 한도가 최대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ETF가 비중 조절을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이달 5000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규모 국내 주식형 ETF 3곳에서 삼성전기 한 종목에서만 5000억원 이상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ETF 내 비중이 법정 상한선(30%)과 자체 지수 한도(20~25%)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주가 10배 폭발에 ETF 비중 한도 줄줄이 상회

올해 1월 20만원대에 그쳤던 삼성전기 주가는 이달 2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주가 수준이 10배로 올랐다. 주가가 폭등하자 삼성전기를 편입하고 있는 주식형 ETF에서 삼성전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대폭 늘었다.

국내 상장 ETF 가운데 삼성전기 비중 포화 상태에 이른 대표적인 상품은 ▲RISE 네트워크인프라 ▲HANARO Fn K-반도체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등이다. 특히 지난 12일 기준 시가총액 4조8200억원 규모의 'HANARO Fn K-반도체' ETF에서 삼성전기 비중은 31.79%에 이른다.

시총 3조9980억원 규모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ETF도 삼성전기 비중이 35.10%를 넘어섰다. 두 ETF의 종목당 자체 비중 한도는 25%다. 시총 1조1400억원 규모 RISE 네트워크인프라 역시 삼성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9.48%로 자체 비중 한도(20%)를 웃돌았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정기변경일을 앞두고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와 RISE 네트워크인프라는 전 영업일인 지난 12일 삼성전기 비중을 각각 약 5%, 약 10%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두 ETF는 각각 시가총액 4조원, 1조1400억원에 달하는 대형 ETF 상품이다. 지난 12일 이 두 ETF에서 팔아치운 삼성전기 매도 금액만 2000억원, 1140억원 총 3140억원에 달한다.

대형 ETF가 비중 조절에 나서자 삼성전기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 12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 이상 폭등하며 대형주 대부분이 상승한 날, 삼성전기 주가는 5% 넘게 하락했다.

HANARO Fn K-반도체 ETF의 경우 이달 17일 리밸런싱을 앞두고 있다. 다만 선제적으로 리밸런싱을 일부 진행해 이날 장 마감 기준 삼성전기 비중은 24%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 밖에도 시총 1조원 미만 ETF의 경우 'ACE 코리아AI테크핵심산업', 'IBK K-AI반도체코어테크' 등은 삼성전기 리밸런싱을 마쳤고, 'HANARO Fn K-메타버스MZ'만 비중이 30%를 넘어 리밸런싱이 필요한 상황이다.

◇커지는 매물 부담… '간판' 반도체 ETF 비중 줄이기

최근 주식 시장의 쏠림 현상으로 ETF마다 특정 종목의 비중이 기준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우리나라 전체 ETF 시장이 500조원을 넘은 가운데 국내 주식형 ETF 시장이 25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정 종목이 ETF 편입 한도를 넘어가면 그만큼 리밸런싱을 통해 해당 종목 비중을 줄이고 다른 종목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이사는 "삼성전기 등 ETF 비중 한도를 상회하는 종목들에서는 일시적으로 매물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의 쏠림은 ETF의 리밸런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ETF 지수 규정상 단일 종목 비중이 상한을 초과하면 해당 종목의 비중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삼성전기, SK하이닉스, LS일렉트릭 등은 최근 리밸런싱 영향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ETF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면 일시적으로 빠졌던 주가가 다시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리밸런싱이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다시 개별 주식이 이슈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종목의 이익 기초체력(펀더멘탈)에 문제가 없다면 리밸런싱이 있다고 해서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밸런싱 완료 후에는 패시브 수급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