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에 이어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채권시장 전반에 신용 경색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회사채 시장의 등급별 양극화를 넘어선 삼극화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계열사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앙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중앙홀딩스, JTBC,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5사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는 채무를 정상적으로 변제하기 어려운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제도다. 그룹의 모태인 중앙일보도 자발적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 12일 JTBC가 만기 도래한 유동화 채무(전자단기사채) 206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그동안 중앙그룹은 계열사 간 대여금과 지급보증, 담보 제공 등을 통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을 충당해왔다. 특히 메가박스를 지원하면서 그룹 내 유동성이 경색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중앙그룹의 총 차입금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4월 27일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기초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담보가치(GAV)가 하락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약정 기준을 초과했고, 이에 선순위 대주단이 임대 수익을 통제하는 캐시트랩(Cash Trap)이 발동됐다.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4~5월 만기가 집중된 약 400억원 규모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올해 들어 제이알글로벌리츠, 중앙미디어그룹 등 굵직한 기업이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채는 기업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대표적인 무보증 자금조달 수단인 만큼 발행사의 신용도가 투자 수요를 좌우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초우량 등급(AAA)은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우량 등급(AA)은 금리와 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전망이다. 반면 준우량등급(A) 이하 채권은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사실상 자금 조달 창구가 닫히는 혹한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AAA급은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AA급은 영향은 크지 않으나 당분간 가격 측면에서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비우량 등급의 경우에는 발행 자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무보증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 가운데 AA등급 이상 우량채 비율은 79.9%에 달했다. A등급은 16.4%, BBB등급 이하는 3.7%에 그쳤다.

시장 전반의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거나 보강 장치를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기업은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 등 다른 조달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올해 들어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등 굵직한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발행 시장의 신용 위험 경계감이 높아졌다"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높이거나 은행 대출로 조달 방식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