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한 CBC그룹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클 경(경한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CBC그룹 제공

아시아 최대 헬스케어 전문 자산운용사 CBC그룹이 한국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바이오·메디테크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은 높지만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자본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CBC그룹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의 성장 과정과 한국 시장 전략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마이클 경(경한수) CBC그룹 북미 총괄 대표 겸 글로벌 프라이빗크레딧·로열티 부문 대표와 빌리 조(조기철) CBC그룹 시니어 MD 겸 공동가치창출(JVC) 부문 대표가 참석했다.

CBC그룹은 2014년 설립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전문 자산운용사다. 제약·바이오테크, 의료기술,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를 전문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AUM은 108억달러(약 16조원) 규모다. 지난 5월에는 유럽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GHO캐피탈과 기업 결합에 합의했다. 합병 법인은 총 AUM 210억달러(약 32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 헬스케어 전문 투자 운용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거래는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CBC그룹은 이번 기업 결합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경 대표는 "한국은 CBC그룹 안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한 CBC그룹 기자간담회에서 빌리 조(조기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CBC그룹 제공

CBC그룹이 그간 한국 시장에서 투자한 대표 사례는 휴젤이다. CBC그룹은 2021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휴젤을 인수했다. 이후 휴젤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지원해왔다. 경 대표는 "휴젤은 CBC그룹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라며 "한국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철 대표는 한국 헬스케어 기업의 강점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조 대표는 씨티그룹 아시아 헬스케어 투자은행 부문 대표를 지냈고, 이후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 자이랩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하며 나스닥 상장과 후속 증자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조 대표는 "씨티그룹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한국 기업을 보면서 한국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기업들은 과학적 기반과 글로벌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데는 시간과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바이오테크 시장에 대해 "바이오는 IPO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벤처캐피털(VC)이 기업을 기업공개(IPO) 단계까지 지원할 수는 있지만,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까지 가려면 더 많은 자본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상업화 경로와 자본, 글로벌 제약사의 포트폴리오 수요를 연결하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CBC는 과학적 전문성, 자본,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CBC그룹은 한국 기업이 보유한 신약 후보 물질이나 지식재산권(IP)을 글로벌 임상 단계까지 키우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조기에 기술 수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발 단계를 더 진전시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싱가포르 본사에 있는 CBC그룹 로고. /연합뉴스

CBC그룹은 이미 한국에서 투자 경험도 축적해왔다. CBC 측에 따르면 휴젤 외에도 셀트리온 동남아 사업 관련 거래, ABL바이오와의 후보 물질 공동 개발 등 한국 기업과 협업한 사례가 있다. 조 대표는 "셀트리온 관련 거래는 약 2억달러(약 3000억원) 규모였고, 휴젤은 그보다 큰 투자였다"며 "공동 투자자를 포함하면 그동안 한국 관련 투자 규모는 약 15억달러, 원화로 약 2조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조직도 강화하고 있다. CBC그룹은 서울 사무소를 두고 현지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한국에서 이미 인력을 두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하고 싶다"며 "한국이 잘돼야 일본, 호주 등 다른 시장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K팝, K뷰티처럼 한국 헬스케어도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CBC그룹은 GHO캐피탈과의 결합을 계기로 한국 헬스케어 기업의 글로벌 확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경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다른 펀드와도 손잡을 수 있겠지만, CBC는 글로벌 자본과 헬스케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 회사를 키울 수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CBC가 그런 파트너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