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연합뉴스

증시 상승에 '빚투'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에 은행권이 일제히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을 조이고 나섰다.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은 16일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신규 개설할 때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를 포함한 신용대출 신규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한다. 따라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까지 설정하면, 나머지 신용대출은 최대 5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 조치는 별도 안내 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다만 서민 금융과 정책 상품 등에는 별도 대출 기준을 적용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 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 공급을 고려해 조치했다"며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고 했다.

하나은행도 12일부터 고액 연봉자 대상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1억원 넘는 대출도 가능했지만, 이젠 소득과 관계없이 한도가 묶였다.

하나은행은 일부 미사용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줄이기로 했다. 마이너스 통장은 통상 1년마다 만기 연장 때 사용 실적이 저조하면 대출 한도를 줄이는데, 하나은행은 그동안 사업자 등 일부에 적용했던 한도 감액 예외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향후 신용대출 추이를 점검해 추가 조치 여부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신용대출 선제적 관리 방안'을 시행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약정액 3000만원을 넘는 신용대출 중 마이너스 통장을 만기 연장할 때 약정 기간 및 만기 직전 3개월간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이면 최대 20%까지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예컨대 5000만원의 마통 한도가 4000만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또 은행이 접수하는 비대면 대출 신청의 하루 한도를 정해 제한하기로 했다. 서민 금융과 상생 대환 등 금융 취약계층 지원 대출 상품은 계속 신청받는다.

우리은행은 12일부터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중단했다.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핀다 등 대출 상품 비교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신규 신용대출 신청도 받지 않기로 했다. 최근 플랫폼을 통한 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다만 영업점을 통한 신규·갈아타기 대출과 원(WON)뱅킹 신규 대출 등은 계속 가능하다.

NH농협은행도 15일부터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축소해, 실제 적용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고객이 대출을 조기 상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은행권의 잇따른 조치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신용대출 증가세를 점검하고 가계 부채 비상 관리 체계를 가동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했다. 4월 증가액(3조5000억원)의 약 2.7배이며, 지난해 5월 증가액(5조9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주식 투자 수요 확대와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 때문이다. 금융위는 대출 제한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를 매주 점검하는 등 대출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