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발 반도체 쇼크'에 8일 8% 넘게 폭락하며 7400대까지 밀려났다. 코스피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연초 이후 100조원 가까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판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으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상승에 2배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도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 쇼크'에 8% 폭락한 코스피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8.3% 떨어진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폭은 676.18포인트로, 지난 3월 4일 기록한 698.37포인트의 하락 폭 이후 역대 둘째로 크다. 코스피가 8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15일 사상 처음 장중에 8000선을 넘은 이후 14거래일 만이다.
지난 2일 기록한 최고가인 8801.49 대비로는 약 15%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초부터 8% 넘게 떨어지며 모든 종목의 매매가 20분 동안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닥도 9.08% 폭락하며 911.39로 마감했다.
특히 국내 증시의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0만 전자', '200만 닉스'가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10.18% 폭락한 29만5500원에 마감하며 6거래일 만에 '30만 전자'를 내줬다. SK하이닉스도 7.68% 폭락하며 191만1000원에 마감했다. 9거래일 만에 '200만 닉스'를 내준 것이다.
이날 코스피 폭락의 원인은 미국 증시의 '반도체 쇼크'가 직접적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예상보다 못한 AI(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AI 거품론'이 재발됐고, 미국 반도체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게 악재가 됐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5월 고용이 호조를 보이자 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고,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등 AI 인프라 중심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고 했다.
◇'빚투' 사상 최대,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폭락
문제는 역대 최대 수준의 '빚투'에 나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우려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1월 2일 27조4207억원에서 지난 5일 37조8384억원까지 늘었다. 지난달 29일의 사상 최대치(38조227억원)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또 최근 개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최근 1주일(6월 2~8일) 수익률은 각각 -30.9%, -37.0%로 집계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 상승에 2배를 베팅하는 상품인데, 주가가 폭락하면서 손실도 배가됐다.
증권가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라는 관점도 있지만,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강세는 단기에 변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조정은 기회"라고 했다. 다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 온 반도체 등 AI 관련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며 "미국의 물가 발표가 이어지고 미국의 금리 결정 회의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