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율 목표치를 높이면서,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점차 줄이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투자 전략이 안정성에서 수익성에 더 쏠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채권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 비중은 줄곧 감소해 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기금위의 결정이 국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큰 손'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도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채권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조동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28일 의결한 2026년 자산별 목표 비중 조정안과 2027~2031년 중기 자산 배분안을 살펴보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오른 만큼 다른 자산군의 목표 비중은 하향 조정됐다.

특히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은 올해와 내년 모두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은 기존 24.9%에서 1.8%포인트(p) 낮아진 23.1%로 조정됐다. 2027년도 목표 비중도 1.3%p 낮은 21.8%로 조정됐다.

기금위는 국내 증시가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했다. 2027년 자산군별 목표 비중에서도 국내주식은 20.8%로 설정했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난 만큼 채권 투자 비중은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전략이 '안정성'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이 축소되더라도 당장 채권시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수요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다"며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원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채권 시장이 약세에 접어든 상태였기 때문에 당장 수급에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라고 했다.

올해 2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국내 채권 비중은 18.5%(297조7000억원)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2022년 34.9%에서 2023년 31.5%, 2024년 28.4%, 2025년 20.9%로 계속 감소했다.

다만 '큰 손'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에 채권시장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기금 운용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의 이번 의사결정이 기금의 안정성을 희생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앞서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위험자산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기금의 운용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기금규모의 변동성과 특정 자산군의 투자 비중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수급 공백이 중장기적으로는 발행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남 실장은 "국채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주요 수급 주체"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이 낮아지면 당국 입장에선 발행 비용이 올라가는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