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증시 거래대금도 급증했지만, 증권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이 크지만, 증권업 특유의 높은 실적 변동성과 제한적인 밸류업 매력 때문에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토큰증권(STO)과 기업금융(IB) 등 신사업 경쟁력에 따라 향후 증권사별 주가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주로 구성된 'KODEX 증권' ETF는 지난 22일 종가 2만7945원을 기록했다. 지난 6일 기록한 종가 기준 고점(3만3555원) 대비 16.7% 하락했다. 같은 기간 'TIGER 증권' ETF는 16.5%,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 ETF도 16.2% 내리며 증권 ETF 전반의 약세가 이어졌다.
코스피 조정 국면에서 증권 ETF 낙폭은 더 크게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7981.41까지 오른 뒤 20일 7200선까지 밀리며 약 10% 하락했지만, 증권 ETF는 이달 초 고점 대비 16% 넘게 하락하며 더 큰 조정을 받았다.
업종 지수도 급락했다. 코스피 증권업 지수는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9232.12에서 7914.19로 12.6% 하락했다. 이달 초(4~8일) 단기간 17.6% 급등했던 상승분을 절반 이상 반납하며 최근 2주간 전 업종 중에서 기계·장비 다음으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주는 최근 반도체와 코스피 상승 랠리를 따라 빠르게 올랐지만, 조정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반면 실적과 업황 자체는 양호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미래·한국·키움·NH·삼성·KB·신한·메리츠·대신·하나증권)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4조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증시 거래 대금 증가와 신용거래융자 확대, 운용 손익 개선 등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대부분 증권사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적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증권 ETF 3종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약 80%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85.5%) 수준까지 치솟았다. 즉 단기간 급등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에는 단순 실적보다 주주 환원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가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업은 거래 대금과 증시 방향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은행주처럼 안정적인 밸류업 업종으로 인식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결국 주주 환원 정책만으로는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에는 토큰증권(STO)이나 기업금융(IB) 등 새로운 수익원 확대 여부가 증권주 차별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계 자산에서 투자 자산의 비율이 높아지는 최근 흐름에서 수혜를 입으려면 고객들에게 다양한 투자 상품과 수단을 공급해야 한다"며 "비(非)증권 분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투자 자산 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시장의 다양한 상품을 공급해 고객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증권 업종의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기반으로 IB와 대체투자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가 급증하면서 우량 투자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특히 메자닌이나 코스닥벤처펀드 등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단기 조달 자금으로 만기가 긴 자산에 투자하는 업종 특성상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투자 자산을 셀다운(재매각)해 수수료 중심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증권사가 자산을 직접 보유하면서 수익과 손실을 함께 떠안는 비중이 커졌다"며 "발행어음 사업 확대 자체는 증권업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향후에는 단순 거래대금보다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실적과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