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상장사를 시장에서 신속히 퇴출하기 위해 제도 개편에 나선다. 회계부정 적발을 위한 심사·감리 주기를 기존 20년에서 10년으로 대폭 단축하고, 고의적 회계부정이 확인된 상장사를 즉각 퇴출할 수 있는 '포괄적 재량권'을 도입할 예정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회계심사·감리 주기 단축 및 감리 수단 강화 로드맵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주식 투자자 증가에 따라 회계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주주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감리주기 단축통한 '사전적 예방'
금감원은 우선 회계부정을 적발하기 위해 심사·감리 주기를 단축할 예정이다. 회계감리는 금감원이 회계심사를 한 기업 중 고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기존에는 20년에 한 번씩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코스피 10년, 코스닥 5년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감리 주기를 단축함으로써 상장사들의 회계 부정을 사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감리 주기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길어 회계부정 적발이 지연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미국은 약 3년, 영국은 약 5년 주기로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정순환주기 방식은 아니지만, 금융청이 매년 유가증권보고서 리뷰를 통해 심사 대상을 선정하는 테마 리스크 기반 체계를 운용 중이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회계 부정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감리주기 단축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상장폐지 요건 상향 이후 분식회계 요인이 커짐에 따라 부실 기업에 대한 밀착 감시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괄적 재량권 도입 통한 '사후 대응 강화'
금융당국은 동시에 거래소에 '포괄적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괄적 재량권은 상장사가 분식회계 등 사회적 파장이 큰 회계부정을 저지를 경우 거래소가 즉각 퇴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현재는 금융감독원의 회계심사·감리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고의성이 판단되고, 해당 결과가 한국거래소로 통보되면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실질심사는 회계처리기준 중대위반, 횡령배임 등 질적 사유가 발생하면 거래소가 정량적으로 심사해 퇴출시키는 제도다.
다만 실질심사는 부실기업 퇴출까지 평균 2년이 소요돼 시장 정화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포괄적 재량권을 도입해 2년의 실질심사 기간을 즉시 퇴출로 줄일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일반 규정이 아니라 제한적·예외적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인력 확충 및 거래소 규정 정비는 과제
제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감리 인력 확충과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감원 회계감리 인력은 약 60명 수준으로, 약 2700여 개 상장사를 담당하고 있다. 1인당 평균 약 45개 기업을 맡는 구조다. 이는 미국(13곳), 영국(20곳) 대비 2~3배 많은 수준으로, 단순히 감리 주기만 단축할 경우 조사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감리 전담 인력을 확대하고, 기존 소규모 팀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회계·조사·IT 전문 인력이 함께 투입되는 '대팀제'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거래소의 포괄적 재량권 도입을 위해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 등 제도 정비 작업도 병행될 예정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매출액 기준 상향, 동전주 퇴출 등 상장 유지 기준 강화로 인해 회계부정 유인이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리종목 및 계속기업 불확실성 제기 기업 등 고위험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심사 대상을 기존 대비 약 30배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