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우주항공 테마로 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중심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우주항공 섹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26일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2위는 '테마 스페이스 이노베이터(Tema Space Innovators) ETF'로, 2788만달러(약 419억원)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 해당 ETF의 순매수 순위는 19일 7위(1319만달러), 20일 27위(595만달러)였는데, 단기간 자금이 몰리면서 순위가 크게 올랐다.
해당 ETF에 투자 자금이 몰린 이유는 스페이스X의 IPO 기대감이 꼽힌다. 해당 ETF는 스페이스X 특수목적법인(SPV) 우선주(PFD, 10.7%)를 비롯해 로켓랩(Rocket Lab·8.11%), 플래닛랩스(Planet Labs·6.63%), 필트로닉(Filtronic·5.39%) 등 우주항공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특히 스페이스X는 비상장 기업이라 직접 투자가 불가능한 만큼, 비상장 지분을 보유한 SPV를 통해 간접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페이스X의 상장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우주항공 테마 ETF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자금 순유입 1위 ETF는 'TIGER 미국우주테크'로 606억원이 유입됐다.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는 상장 24영업일 만인 지난 21일 순자산 1조3169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상장 패시브형 ETF 중 가장 짧은 기간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는 로켓랩(24.97%), 인튜이티브 머신스(18.51%), 레드와이어(17.73%), AST 스페이스모바일(11.03%) 등 우주항공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스페이스X에는 투자하지 않지만,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산업 전반에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 집중된 투자 자금이 우주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주(15~21일) 투자 자금이 많이 유입된 상위 ETF는 대부분 반도체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당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6335억원), TIGER 반도체TOP10(6210억원),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4385억원) 등이 순매수 ETF 상위권을 차지했었다.
스페이스X는 이르면 6월 12일 IPO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투자 설명서를 제출하고 나스닥·나스닥 텍사스 시장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 상장이 이뤄지면 기업 가치는 약 1조7500억달러(약 2635조원)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전자(약 1750조원)와 SK하이닉스(약 1380조원)의 시가총액을 합한 규모와 유사하다.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AI 인프라 중심의 수익 구조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스타십의 발사 비용이 낮아지고 안전성이 개선되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이라며 "비록 우주 데이터센터의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S-1에 명시돼 있지만, 이러한 높은 목표 자체가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관련 ETF에 투자할 때 구조적인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비상장 상태인 스페이스X는 직접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지분을 보유한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해야 한다"며 "다만 SPV 형태로 투자하는 경우 투자자들의 실제 손익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구조적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