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출시로 코스피 랠리에서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외국인 자금도 반도체, 로봇, 바이오 등 기술주로 유입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와의 업종 구조 차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최근 상승세가 단기 과열(오버슈팅)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 21일부터 이틀 연속 5% 가까이 급등하며 이날 1170선을 회복했다. 이 기간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매수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급등 배경에는 국민성장펀드가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며 올해는 30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국민 참여형은 7200억원 규모로, 자금의 30% 이상을 비상장 기업과 코스닥 기술 특례 상장사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코스피 투자 비중은 최대 10%로 제한돼 코스닥 기술주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직접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5년 고정 자금이라는 점에서 투자 심리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급도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12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며 이달 들어 40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2조62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파두(3417억원), 레인보우로보틱스(1621억원), 에이비엘바이오(1411억원) 등 AI·로봇·바이오 관련 종목이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서는 차익 실현에 나선 자금이 코스닥 성장주로 이동한 셈이다.
다만 코스닥의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80%를 웃도는 동안 코스닥 상승률은 20%대에 머물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간 상대 성과 괴리는 6.6배 이상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중심 장세에서 코스피 내 전기·전자 업종 비중은 60% 수준에 달하지만 코스닥은 20%대에 그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국면에서 코스닥이 코스피 수익률을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지적된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7배 수준이다. 실적 개선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진단이다.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특성상 금리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도 여전한 부담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개편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으로 나누는 리그제 개편과 부실 기업 퇴출 강화 정책 등을 추진 중이다. 시장 신뢰도가 개선될 경우 기관·외국인 자금 유입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최근 코스닥 강세를 추세적 상승 전환보다는 낙폭 과대 종목 중심의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실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AI·로봇·바이오 종목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수출 데이터와 D램(DRAM) 가격 등 '숫자'로 실적 개선이 확인되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이 장기적인 추세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이전 등 실질적인 공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