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인 8000 눈앞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역대 최대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40조원 넘게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40%에 육박하는 외국인 코스피 지분율, 급등한 반도체 대형주 위주의 매도 등을 근거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비율 조정)을 위한 차익 실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연속, 역대 최대 '팔자' 행진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에서 12 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달 순매도 규모만 40조5185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던 지난 3월(35조8810억원)을 이미 훌쩍 웃돌았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 수준까지 치솟은 미국 국채 금리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팔았다. 이달 들어 SK하이닉스 17조6942억원, 삼성전자 14조641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어 현대모비스(1조6258억원)·SK스퀘어(1조3695억원)·삼성전자우(1조1066억원)·현대차(8850억원)·삼성전기(6924억원)·LS일렉트릭(6775억원)·삼성중공업(5648억원)·한미반도체(4771억원) 등 순으로 많이 팔아치웠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한 반도체와 전력주 등을 대거 팔아치운 셈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가장 많이 산 종목은 6761억원어치 순매수한 두산로보틱스다. 삼성SDI(3808억원)·현대건설(2353억원)·LG디스플레이(2194억원)·포스코홀딩스(1636억원) 등 순으로 매수세가 컸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7815.59)보다 32.12포인트(0.41%) 오른 7847.71에 장을 마감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나오고 있다./뉴스1

◇"외국인 코스피 지분율은 사상 최대 수준"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세가 급등주 위주의 차익 실현일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외국인 순매도 '톱10′에는 올해 들어 급등한 종목들이 몰려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기는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주가가 425% 폭등했다. SK스퀘어(222%)·LS일렉트릭(205%)·SK하이닉스(198%)·삼성전자(144%)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종목들은 대체로 주가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인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37% 오르는 데 그쳤다. 포스코홀딩스(47%)·LG디스플레이(28%) 등도 비슷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의 거래 실적을 보면 업황이 안 좋거나 악재가 생긴 종목들을 내던졌다기보다는 보유 비율이 크면서 주가가 많이 오른 대형주 위주로 차익 실현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반대로 순환매를 예상하며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로봇·이차전지·건설주 등을 사들인 것은 외국인들이 여전히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지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낙관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분율이란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은 지난 22일 기준 39.39%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22일까지만 해도 31.74%였는데, 코스피가 최고가 랠리를 펼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역대급 '팔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분율은 3월 36.37%, 4월 37.8% 등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 순매도 규모와 지분율 간 괴리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외국인 시가총액 증가 규모에 비해 매도 규모는 미미한 데다 IT 하드웨어·배터리 등에선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유인책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최근 출시된 외국인 통합계좌의 거래 대상으로 주식 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F)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